[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역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에서 가장 완벽한 타자이자 2022시즌 MVP 키움 이정후(25)가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랐다. 피하지 않으면 안타 혹은 홈런이었다. 결국 볼넷으로 승부를 피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난 7일 고척 LG전이 그랬다. 이정후는 솔로포 포함 3타수 3안타 3볼넷으로 6출루 경기를 했다. 이정후 통산 한 경기 최다 출루다. 역대 최고 기록은 한화 김태완이 2010년 4월 9일 사직 롯데전에서 기록한 8출루. 그리고 이택근, 카림 가르시아, 김태균, 정훈, 박병호, 구자욱,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등이 한 경기 7출루를 이뤘다.

연장 12회 승부였지만 5-5 동점으로 난타전은 아니었기에 이정후의 출루는 6번에서 그쳤다. 만일 난타전이었다면 더 많은 출루를 기록했을 확률이 높다. 현재 이정후의 모습은 부진했던 4월과 180도 다르다.

4월 한 달 동안 이정후는 타율 0.218 OPS 0.678을 기록했다. 신인이었던 2017시즌에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슬럼프였다.

하지만 5월 타율 0.305 OPS 0.78로 반등 조짐을 보였다. 그리고 6월 6경기에서 타율 0.500 OPS 1.502로 폭주하고 있다. 5월까지 47경기에서 홈런 3개에 그쳤는데 6월 들어 홈런 2개를 쳤다. 7일 경기 3회말 LG 에이스 아담 플럿코의 컷 패스트볼에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라인 드라이브 홈런을 터뜨렸다. 이정후다운 스윙으로 이정후다운 타구질을 만들었다.

다음 타석인 6회말에는 더 놀라운 타격을 했다. 플럿코가 유인구성 커브를 던졌는데 이를 런지 스윙으로 받아쳤다. 순간적으로 궤적을 읽고 배트 스피드를 늦추며 2루타를 터뜨렸다.

상대 입장에서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이정후의 퍼포먼스였다. 이후 LG는 세 번의 타석에서 이정후와 승부를 피했다. 8회말 볼넷, 9회말 볼넷, 그리고 12회말도 볼넷이었다. 12회말 이정후가 6출루를 달성했고 대타 김수환이 이정후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12회초 박동원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아 패색이 짙었는데 선두 타자 이정후의 출루가 극적 동점포의 시작점이 됐다.

누구도 4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정후가 보여준 모습 하나하나가 그랬다. 일찍이 자신 만의 루틴을 만들었고 항상 올바른 자세로 타석에 섰다. 마인드 컨트롤도 완벽했다.

이정후는 슬럼프에서 탈출하기 시작한 5월초 비시즌 동안 변화를 꾀한 타격폼 변화가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이를 통해 깨달은 것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타격폼으로 돌아가면서 내가 몇십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정말 좋은 스킬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다른 것을 해봤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부분”이라며 “결과적으로 이전에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아직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는 역시다. 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다. 타율 0.290으로 당연한 3할 타율 복귀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진정한 영웅의 귀환이 진행 중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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