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설레요. 코치로서의 행보가 저도 기대되네요.”

전화기 너머 들려온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산전수전을 겪으며 15년간 입었던 유니폼을 벗고, OK금융그룹 코치로 제2의 인생 제2막을 열고자 한다. 황동일 자신조차 코치로서의 행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동일은 V리그 대표 ‘저니맨’이다. 2008~2009시즌드림식스(현 우리카드)에 입단한 그는 곧장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으로 트레이드됐다. 이후 대한항공과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그리고 지난시즌 OK금융그룹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제2의 인생의 출발선에 섰다.

31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황동일은 “나는 우여곡절이 많은 선수였다. 15년 동안 프로 생활을 해오면서 남자부 모든 구단을 다 돌았다. 시원섭섭하지만 팀을 옮겨 다니면서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면서도 “냉정하게 보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적기라고 봤다. 나도 선수보다는 다른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은퇴를 결심했다”고 이야기했다.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은 아니다. 시즌을 치르면서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고, 지도자의 길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황동일은 “솔직히 말하면 현대캐피탈에 가기 전부터 마지막 해가 될 줄 알았다. 그때부터 1년씩, 기약 없이 준비했다. 그러다가 한국전력, OK금융그룹까지 오게 됐다”며 “이 순간이 올 거라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 제의받았을 때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지도자 첫 생활부터 외인 감독을 보좌하게 됐다. OK금융그룹은 지난 29일 오기노 마사지(일본) 감독을 선임했다. 7개 구단을 다 돌았지만, 외인 감독은 처음인 황동일은 “감독께서 ‘배구는 곧 실패하기 위한 스포츠다’라는 본인의 배구 철학을 이야기하셨다. 실수한 것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책임 부여는 하지 않고, 실패 속에서 해법을 찾아가실 거라고 설명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과정보다 결과를 더 중요시한다.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구속받는 이유라고 본다. 사실 한국 배구가 일본 배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새로운 감독의 시스템을 잘 배우고 싶다. 어떻게 지도할지 궁금하고, 기대도 되고 설렘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제 코트 안이 아닌 밖에 모든 일을 치러야 한다. 황동일은 “설레고 기대된다. 코치로서의 행보가 기대된다”며 “이제는 경험했던 걸 바탕으로 후배들을 잘 케어하고, 서포트해야 한다. 코치로 선수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코트에서 웃는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웃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황동일은 “선수 때 세터 출신 지도자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임팩트가 강했다. 세터는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한데, 팀 내 세터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선수들과 같이 뛰고 함께 웃고 슬퍼하는, 공감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발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발전하고, 안주하지 말자는 마인드를 가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V리그 대표 저니맨답게, 후배들에게 ‘트레이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황동일은 “젊었을 때는 상심도 하고, 실망도 컸다. 5번째로 새 유니폼을 입게 됐을 때는 ‘그래도 내가 아직은 쓸만한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은 트레이드가 낯설고, 상처받는 일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트레이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 존재가치가 있고, 필요로 하는 팀이 있다는 의미다. 상심할 필요가 없다. 새로운 팀에 가서 자신을 더 보여주면 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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