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키움이 역전승을 눈앞에서 놓친 아쉬움을 하루 만에 털어냈다. 8회말 2사 만루에서 임지열의 생애 첫 만루홈런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단독 2위 등극을 노리던 롯데의 발목을 잡았다.

임지열은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8회말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키움은 2-5로 뒤진채 시작한 8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로 나선 에디슨 러셀이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임병욱의 우중간 안타와 이원석의 3루수 강습 내야안타가 잇달아 나와 무사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김동헌이 흔들리던 베테랑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추격의 서막을 알렸다.

2점 차로 따라붙은 1사 1,2루에서 김휘집이 우중간 안타로 다시 누를 꽉 채웠다. 다급한 롯데 벤치가 윤명준을 급히 마운드에 올렸고, 이형종을 삼진으로 돌려보내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팀이 위기일 때 결정적 한 방으로 존재감을 뽐낸 임지열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커브가 일품인 윤명준은 커브-포크볼 조합으로 임지열의 스윙을 유도했다. 그러나 임지열은 쉽게 속지 않았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에서 가운데 낮은 코스로 속구(시속 140㎞)가 날아들었는데, 임지열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큰 포물선을 그리며 뻗어간 타구는 롯데 중견수 윤동희가 펜스에 막혀 더이상 따라갈 수 없는 곳에 떨어졌다. 임지열의 생애 첫 만루홈런이 경기 종반 극적인 상황에 터져나왔다.

부산갈매기를 목청껏 부르며 승리를 예감하던 3루측 관중석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상대 응원 기세에 살짝 눌렸던 키움팬이 승리를 위한 함성(민족의 아리아)을 소리높여 불렀다. 차례로 득점한 주자들은 환호했고, 역전극을 완성한 임지열은 환하게 웃는 키움 홍원기 감독의 가슴을 주먹으로 강하게 내리치며 함께 포효했다.

“타선이 득점권에서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홍 감독은 타격감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전날 9회말 5득점하고도 1점 차 석패한 아쉬움을 훌훌 털어낸 기쁨이 통증을 잊게한 듯했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베테랑 임창민은 2사 후 전준우, 안치홍을 연속타자 볼넷으로 내보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유강남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치열한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시리즈 스윕을 눈앞에 뒀던 롯데는 2연속경기 불펜진 부진으로 부담 속 선두 LG를 만나게 됐다. 이날 승리했더라면 2013년 6월28일 이후 3621일 만에 시즌 40경기 돌파 이후 단독 2위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경기 마무리가 아쉬운 롯데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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