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말은 쉽지, 제일 어려운 거예요.”

키움 홍원기 감독은 ‘감정분리’를 강조한다. 수비 때 실책하더라도 곧바로 털어내고 타격에 집중하라는 게 ‘감정 분리’다. 하나의 플레이는 하나로 끝내는, 마치 매 이닝이 분절된 것과 같이 행동하라는 의미다.

매일 경기를 치르는데다 공격과 수비를 명확히 나눠둔 종목 특성상 아쉬운 플레이를 마음에 담아두면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끼친다. 안좋은 쪽으로 누적되면 팀 분위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운 구조여서 더 경계한다.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 감독은 “감정분리는 말은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정말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계속 엇박자인 투타 밸런스 탓에 8위까지 떨어졌다. 답답한 경기를 반복하니, 사령탑도 선수도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날 서울에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SSG와 두산전은 취소됐다. 돔구장 특성상 비와 경기개최 여부는 관련이 없다. 팀 밸런스가 안좋을 때는 하루 쉬어가는 것도 괜찮은데, 키움은 날씨운을 바랄 수 없는 팀이다.

홍 감독은 “내가 조바심을 내는 게 선수들에게 전이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빈도가 높다. 털어내야 하는데, 잔상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마스크를 쓰고 표정을 감춰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선수단 분위기가 침체해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야구는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종목이다. 강한 타구가 가장 많이 날아오는 곳에 야수를 배치해뒀기 때문이다. 잘맞은 타구가 야수정면으로 가면, 타격감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생산적인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니 ‘더 강하게’를 의식하다 오버워크하고, 슬럼프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감정분리’가 어렵다면 ‘정신승리’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웅군단이 잔인한 5월을 보내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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