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윤세호기자] 두산 시절 굳건히 뒷문을 지키며 최강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트레이드 후 2년 동안 부상과 부진 늪에 빠졌지만 개막시리즈 호투를 발판으로 완벽히 부활했다. 상황을 가리지 않고 늘 호투를 펼치며 LG를 구원하고 있는 특급 중간투수 함덕주(28)다.

이번에도 어려운 순간 상대의 추격을 저지했다. 함덕주는 지난 26일 광주 KIA전 6회말 2사 1, 2루에서 선발투수 플럿코 다음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흐름상 가장 중요한 위기 상황 두 번째 투수가 됐는데 상대 타자 류지혁을 낮게 깔린 속구로 삼진처리했다.

7회말에도 등판한 함덕주는 소크라테스에게는 볼넷을 허용했으나 1사 1루에서 최형우, 김선빈을 내리 돌려세우며 리드를 지켰다. LG는 5-3으로 승리했고 함덕주는 시즌 7홀드째를 올렸다. 평균자책점은 1.52. 더불어 3세이브로 박명근과 함께 어려운 상황마다 해결사가 되고 있다.

다음은 26일 경기 후 함덕주와 취재진 일문일답.

-캠프 때만 해도 그저 1군에서 오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단순히 오래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고 있다.

“캠프 때만 해도 이렇게 풀타임으로 1군에 있을 줄은 몰랐다. 그저 1군에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은 강했는데 개막시리즈부터 감독님이 믿음을 주셨고 좋은 상황에서 내보내 주셔서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 그러면서 야구가 더 잘 되는 것 같다.”

-수원 개막 시리즈 두 번째 경기 호투로 스타트를 잘 끊은 게 지금까지 활약이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랬던 것 같다. 그 경기를 계기로 나도 자신감이 생겼고 감독님도 당시 내 모습을 보고 믿음이 생기신 것 같다. 나 또한 그 경기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아직 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경기였다. 그 경기로 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그 경기가 아직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함덕주는 4월 2일 수원 KT전 9회 등판해 10회까지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호투했고 LG는 연장 접전 끝에 10-9로 KT에 승리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함덕주도 승리투수가 됐다.)

-오늘 경기도 그렇고 주자가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혹은 9회 세이브 상황에 나오는데 오랜만에 중요한 순간 등판할 때 기분이 어떤가?

주자 있을 때는 절대 주자를 홈으로 넣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집중해서 던진다. 감독님과 투수코치님께서 6회 이후로는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하시는 만큼 조금 일찍 준비하는 습관도 갖고 있다. 굳이 마무리에 대한 욕심은 없고 계속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구속과 제구 모두 가장 좋았을 때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 같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구위는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잘 모르겠는데 사실 제구는 가장 좋았을 때보다 지금 더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냥 가운데 보고 세게 던지려고만 했다. 지금은 제구가 되니까 어려운 상황, 애매한 상황도 잘 안 생긴다. 타자를 상대하기도 좀 더 수월하다.

-이대로라면 오는 겨울 FA 시장에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필승조 투수가 시장에서 귀한 것은 알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기분이 좋다. FA에 대한 기사도 보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아직 이르기는 하지만 조금 기대는 하고 있다.

-트레이드가 된 후에는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어떤가?

처음에는 솔직히 신경을 안 쓴다고 했는데 신경이 쓰이더라. 내가 그냥 못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2년 동안 부상 같은 걸로 제대로 나오지도 못했다. 너무 죄송한 부분이 컸다. 그럼에도 구단에서 늘 나를 챙겨주셨고 맞춰주시고 도와주셨다. 올해는 조금이나마 빚을 갚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우승으로 꼭 빚을 갚고 싶다.

-2021년 3월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당일, 우승을 다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나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당시보다 우승에 대한 열망이 더 커졌다. 예전에 우승을 해봤고 그 때 기분을 알다보니까 정말 우승을 하고 싶다. 여기 LG에서 우승했을 때 얼마나 더 기쁘고 팬들도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할 때도 있다. 머릿속으로 우승하는 모습 그림을 그리곤 하는데 그 때마다 점점 더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우승 자신있나?

가능성은 우리가 가장 높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타자들도 정말 잘해주고 투수들도 정말 잘하고 있다. 팀 분위기도 정말 좋다. 우승 못하면 이상할 정도라는 생각도 든다.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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