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책임감을 느꼈다. 하고 싶었던 플레이도 맘껏 했다”
대한항공에서 신예급 세터가 경기 출전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V리그에서 최고의 세터이자 1985년생 동갑내기 듀오 한선수와 유광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2년차’ 신예 세터 정진혁이 그렇다. 그는 홍익대 3학년 시절 2021~2022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3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지만 출전 기회는 거의 없었다. 데뷔 첫 시즌에는 3경기 4세트, 2년차를 맞이한 지난시즌에는 1경기 2세트 출전에 그쳤다.
기회가 왔다. 정진혁은 2023 아시아 남자 배구 클럽 선수권 대회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이 대회에서는 주전 세터 한선수가 로스터에 등록되지 않았고, 유광우가 조별예선 3경기서 선발로 코트를 밟았는데, 정진혁은 후보 세터로 간간이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치러진 바양홍고르(몽골)와의 8강 마지막 경기서 정진혁은 선발 풀타임으로 코트에 섰다. 지난 2022 KOVO컵서 프로 첫 선발로 코트를 지킨 뒤 두 번째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정진혁 외에도 이번 대회 주전으로 활약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대신 손현종을,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도 팀의 에이스인 정지석을 빼고 정한용과 이준을 투입했다. 이날 경기에 패해도 5~6위 진출전과 5~6위 결정전에서 이기면 최고 5위까지는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주전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기 위한 배려였다.

정진혁은 코트를 진두지휘했다. 좌우와 중앙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다채로운 경기운영을 펼쳐 보이며 팀을 세트 스코어 3-1(25-21 22-25 25-16 25-19) 승리로 이끌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정진혁은 “경기를 이끄는 책임감 등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 만족스러운 경기”라고 운을 뗀 뒤 “하고 싶었던 플레이를 맘껏 할 수 있어서, 연습 때 맞춰봤던 것을 실전에서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웜업존이 익숙했다. 그럼에도 코트 안 한선수와 유광우의 플레이를 보며 많은 걸 깨달은 그는 “한 팀을 이끄는 세터로서 어떻게 경기운영을 하는지를 공부한다”면서 “토스 자체는 개인 능력이기 때문에 연습 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두 선배들이 상대 블로킹 위치나 스위치 되는 것들, 경기 운영에 대해서도 평소에 조언을 많이 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정진혁은 이날 풀타임으로 함께 뛴 이준, 정한용과는 홍익대 시절부터 함께 손발을 맞춰온 사이다. 그는 “프로 입단 후에도 연습 때는 많이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실전에서 풀타임을 함께 소화한 것은 거의 처음이라 대학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kk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