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천안=정다워기자] 한국전력의 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국전력은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밀려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꿈은 무산됐지만 한국전력은 역대급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으로 봄배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차전에서 158분으로 역대 플레이오프 최장시간 경기를 했고 2차전에서는 153분의 혈투 끝에 승리하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3차전에서도 패하긴 했지만 한 세트를 따내며 추격하는 저력을 보였다.

적장인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조차 “저도 봄배구를 다 해봤는데 이렇게까지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막막했다. 준비를 계속 해야 했다.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계산이 안 되는 플레이오프였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한국전력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3차전 종료 후에는 현대캐피탈 홈 관중으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화려한 조연이었다.

사실 한국전력의 봄배구 진출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성과였다. 한국전력은 2라운드 막바지부터 4라운드 초반까지 무려 9연패를 당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명백한 위기였지만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팀이 무너지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했다. 연패 속에서도 자신과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선참들을 중심으로 분위기를 유지하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한국전력은 4라운드부터 반전에 성공했고,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초보 감독답지 않은 우직함이 만든 성과였다.

권 감독의 1년 차는 대성공이다. 부침도 있었지만 세터 하승우 체제를 안착시켰고, 임성진이라는 가능성 있는 영건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점도 고무적이다. 임성진은 이번 봄배구 네 경기에서 총 67득점에 평균 공격성공률 55%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권 감독의 뚝심 있는 기용이 결국 임성진을 한 단계 도약하게 했다. 결과와 내용,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시즌이었다.

경기 외적으로도 한국전력의 성장은 눈에 띄었다. 만년 비인기구단 이미지였던 한국전력은 봄배구 내내 구름관중을 몰고다녔다. 2차전 홈 경기에 3504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원정경기에도 붉은색 셔츠를 입은 팬이 수백명 함께하며 힘을 실었다. 팀의 이미지 자체가 크게 변화했다.

아쉽게 봄배구를 마감한 후 권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9연패를 하기도 했다. 잘 이겨냈고 여기까지 왔다. 함께 성장한 것 같다. 임성진, 장지원 등 젊은 선수들도 성장했다. 선참들 덕분에 팀을 편하게 이끌었다. 잘해줬다. 선수들을 믿었다. 제가 가고자 하는 배구에 잘 따라와 줬다. 아쉽지만 150% 해줬다”라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권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목표가 아니었는데 많이 아쉽다. 기회가 있었다. 다음시즌에는 처음부터 올라가 기다리고 싶다”라며 “부족한 부분은 아시아쿼터를 통해 보강하겠다”라며 다음시즌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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