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이순철 위원 '아들과 나란히'
[스포츠서울] 18일 광주구장에서 2014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왼쪽)이 아들 두산 이성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 7. 18.광주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아버지랑 자주 얘기하다보면 이렇게 돼요.”
두산 이성곤은 대졸 신인답지 않게 달변이다. 보통 신인 선수들은 대졸과 고졸을 막론하고 인터뷰에서 수줍어하기 마련인데 이성곤은 어떤 대답도 망설이지 않고 척척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버지에게서보다 센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아버지와 자주 얘기하다보면 이렇게 돼요”라며 웃었다.

이성곤의 아버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순철 전 감독(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이다. 그는 지난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보내던 그는 지난 13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특히 이 경기에 대주자로 나서 역전득점을 하는 기억에 남는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팀이 결국 패하기는 했지만, 첫 경기 치고는 인상적인 활약이었다.

대졸 야수 중 좋은 선수 자원으로 꼽히던 그는 대학 생활 내내 지켰던 내야수 자리를 포기하고 올해 7월 경 외야수로 변신했다. 두산 2군 황병일 감독의 추천이 있었기도 했지만, 타격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받아들였다.

올시즌 1군 무대를 밟아보리라고 생각지 못했던 탓에 선발 출전을 하지 못하는 것은 불만거리도 아니다. 야구선수가 직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1학년 시절부터 타격의 롤모델이었던 선배 김현수와 함께 야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직은 행복하다. 특히 “성곤이 좀 잘 괴롭히라”고 부탁(?)한 덕분인지 김현수가 타격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산에 처음 지명받았을 당시 “김현수 선배와 야구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생각한 것이 ‘엄청난 경쟁을 해야겠구나’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이성곤의 고백이다. 두산의 야수층이 두껍기로 소문나있기 때문이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보내면서 체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절실히 했다는 그는 이번 겨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통해 체력과 힘을 키우는데 전력을 다할 작정이다. ‘호통해설’의 대가인 아버지 밑에서 정신력을 단련(?)한 이성곤이 내년 시즌 두산의 든든한 야수층을 어떻게 �고 나와 존재감을 심을지 궁금해진다.

가능성은 보였다. 16일 잠실 SK전에서 교체출전 한 이성곤은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마무리 윤길현을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10회초 수비에서 아버지가 늘 지적하던 송구동작에 문제를 보이며 실점을 허용했지만, 데뷔 첫 안타로 만회한 것이다. 지고는 못사는,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야구선수 아들이다.
잠실 | 김정란기자 peac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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