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잊지않을게요\'[포토]
김현수 등 대표팀 선수들이이 13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5회말 수비를 끝내며 22-2로 승리한 후 응원을 끝까지 해준 응원단에 90도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2023.03.13.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엘리트 야구가 무너지면, 한국야구 전체가 무너진다. 이번 WBC 탈락도 궤를 같이 한다. 이번엔 그 주제로 정면돌파 해보려 한다.

난 중학교 2학년때 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을 거쳐 육성 선수로 입문했지만, 프로 유니폼까지 입었다. 나는 클럽야구를 하다가 엘리트야구를 하게 된 유형인데, 사실 매우 드문 성공 케이스다. 돌아보면 나도 고비가 많았다.

나 스스로 야구를 늦게 시작한 게 큰 핸디캡이었다. 프로의 문턱을 넘기까지 그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남들이 어린 시절 배운걸 나는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약하니까 다음 단계로 올라갈수록 그게 내 발목을 잡았다. 겉으로 야구를 배워도 속까지 채우는 건 쉽지 않았다.

내 이야기부터 늘어놓은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나처럼, 장벽에 부딪힐 유소년 선수들이 많아 보여서다. 현재 한국야구는 엘리트 야구가 약화하고 리틀, 주니어, 클럽 야구가 강세다. 나도 클럽팀 야구가 늘어나는 건 찬성이다.

문제는 엘리트와 클럽야구가 함께 성장하지 못하는데 있다. 둘이 같이 가야하는데 클럽야구는 늘어도 엘리트 야구는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야구 선진국 미국처럼 2시간 훈련하고 성적내는 구조가 아직 잡혀있지 않다. 적은 시간으로 좋은 효율을 내는 시스템이 안되어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취미삼아 클럽야구식으로 야구하면 좋은 선수가 나오기 힘들다.

야구는 고등학교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데, 주어진 3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 운동시간이 적은 상황에서 프로에 갈 선수가 나오지 않는다.

야구는 반복훈련이 중요하다. 몸에 기술과 디테일이 스며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프로선수가 되기 위해선 10년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이승엽이든 이정후든 10년 이하의 엘리트 훈련으론 제대로 된 프로선수가 나올 수 없다.

현역 고교 감독을 만나면 “가르칠게 많은데, 너무 안배우고 온다”라고 하소연한다.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수준까지 고교 3년으론 소화해 낼 시간이 부족하다는 한탄이다.

현재, 초등학교 엘리트 야구부는 줄고 클럽야구가 증가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클럽야구를 줄이고 엘리트야구를 늘린 순 없다. 없어진 야구부를 새로 만들기도 힘들다. 그것보단 남아있는 엘리트 야구부 부터 유지하고 살리는게 급선무다. 각 단위의 야구협회와 연맹에서 가장 힘써야할 부분이다. 유소년 엘리트 야구의 소멸은 곧 한국야구의 뿌리가 상실되는 것과 같다.

혹자는 리틀야구를 엘리트식으로 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게 쉽지 않다. 클럽야구는 선수와 부모의 의견에 맞춰야 한다. 좋은 말을 해주며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재미도 붙이게 한다. 그래야 클럽 야구를 하러 선수들이 온다.

그런데 엘리트야구에선 좋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바른 말을 해주는게 더 중요하다. 기본기를 강화하기 위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멘탈도 강하게 단련시킨다.

이번 WBC에서의 광속이탈을 보면서, 유니폼만 입는다고 프로선수가 아니며, 대표선수가 아니라는 걸 팬들도 알게 됐다. 프로선수는 유니폼 값을 해야 한다. 태극마크의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엘리트 선수다.

한국야구가 제대로 서기 위해선 장기적으로 초중고,대학까지 엘리트 야구가 그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클럽야구는 그 옆에서 파생해 함께 크면 된다.

중심이 흔들리면 양적으로 늘어도 전체의 질은 하락하기 마련이다. 우선 엘리트 야구를 살리는데 집중하자. 그게 WBC의 선전과도 훗날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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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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