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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어떤 타자라도 잡는다는 생각만 한다.”
에이스가 더 강해졌다. 자신에게 강한 타자가 나와도 ‘아웃시킨다’는 마음만 먹는다. 위기가 닥치면 반드시 헤쳐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도 했다. 겁을 먹는 일도 없다. 팀을 위하는 책임감이다. 키움 안우진(24) 이야기다.
안우진은 1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범경기 KT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시속 157㎞의 강속구를 뿌렸고,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아직 제구가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총 59개 투구 가운데 볼이 26개나 됐다. 그럼에도 무실점이다. 1회초 2사 2,3루에서 배정대를 삼진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2회초에는 실책이 겹치면서 무사 1,3루에 몰렸는데 탈삼진 2개와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3회초 들어서는 무사 1루에서 병살타-땅볼로 이닝 종료. ‘위기 관리’가 확실했다. 물론 탈삼진이 바탕에 있다.
지난해 30경기 196이닝, 15승 8패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을 찍었다. 리그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에 다승은 2위다. 특히 탈삼진은 아리엘 미란다(전 두산)가 보유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225개에 딱 1개 부족했다. 최동원(223개)를 넘어 국내 투수 1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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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올시즌도 기대가 된다. 키움의 유력한 개막전 선발 후보다. 지난 10일 두산과 연습경기에서 2이닝 무실점을 만들었고, 이날 KT를 만나 3이닝 무실점을 더했다. 개막에 맞춰 착착 단계를 밟고 있다.
안우진은 “제대로 경기를 뛰는 것이 사실상 처음이기에 모든 구종을 테스트하려 했다. 체인지업은 많이 못 던졌지만, 그래도 삼진을 하나 잡았다. 커브도 각이 괜찮았고, 슬라이더도 괜찮았던 것 같다. 속구가 감각이 시즌 때 같은 느낌은 아니다. 어디를 눌렀을 때 어떻게 들어가는지 등에 대한 감이 아직이다. 그래서 볼넷이 많았다. 시즌 시즌 전까지 계속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기 상황에서 삼진을 노리고 들어갔는지 물었다. 그러자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삼진을 생각한다. 무사면 탈삼진 3개, 1사면 탈삼진 2개, 2사면 탈삼진 1개를 잡고자 한다. 땅볼, 내야 뜬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정타를 맞게 된다. 타구가 앞으로 간다. 인플레이가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삼진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러나 투수가 홀로 아웃카운트를 늘릴 수 있다. 탈삼진이 있기 때문이다. 야수의 도움을 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투수가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최선일 수 있다. ‘변수 제어’의 측면에서 최상이다. 에이스가 보이는 책임감이라 할 수 있다.
이날 눈길을 끈 부분도 있다. KT 문상철이다. 안우진이 유독 약한 상대다. 통산 6타수 3피안타로 피안타율 0.500이다. 1피홈런도 있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문상철과 뭔가 맞지 않는 것도 사실. 이날도 문상철에게 2회초 깨끗한 중전 안타를 맞았다. 안타 허용 후 씨익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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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은 “내 공을 잘 치는 선수지만, 겁이 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 같다. 오늘도 초구 스트라이크 잘 잡았다. 슬라이더를 2개 던지려고 했는데 하나는 파울 홈런이 나왔다. 파울은 파울이다. 신경 쓰지 않는다. 한 번 더 던졌는데 안타가 됐다. 다음에는 다른 공을 던져야 할 것 같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떤 투수나 상성이 맞지 않는 타자는 있다. 결국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모든 타자를 상대할 때 똑같다. ‘아웃 잡는다’는 생각을 한다. 나한테 강한 타자든, 아닌 타자든 마음이 다르지는 않다. 10번 중에 5번 잘 칠수도 있고, 10번 다 칠 수도 있다. 반대도 되지 않나. 나도 아웃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 타이밍이나 폼에 딱 맞는 타자들이 있. 문상철 선배도 그렇고, 한유섬 선배도 잘 맞는 것 같다. 여러 구종을 섞어 던져서 결과가 좋을 때도 있었고, 어렵게 가다가 볼넷을 주기도 했다. 결국 볼넷 안 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양하게 섞어서 하면 아웃시켰을 때 ‘넘었다’는 느낌은 드는 것 같다. 결국 유리한 카운트를 잡는것이 항상 중요하다”며 미소를 보였다.
에이스는 언제나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토종 투수 가운데 하나가 안우진이다. 그만큼 책임감이 있고, 투쟁심도 갖췄다. 오히려 더 좋아진 모습. 2023년의 안우진이 더 기대가 되는 이유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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