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점 적시타 환호, 눗바[포토]
일본 1번타자 눗바가 10일 한일전 3회말 무사 1,2루에서 1타점 적시타를 친 후 환호하고 있다. 2023.03.10.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실력 차이보다 아쉬운 건, 기싸움에서 진 거다. 눗바의 도발에도 반응 못하고 숨 죽였다.

일본대표팀 라스 눗바는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 6회 몸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그는 방망이를 집어던지며 우리 투수 김윤식을 한참 노려봤다. 슬쩍 보는게 아니 계속 째려보며 1루로 걸어나갔다.

김윤식 투구에 맞은 눗바[포토]
눗바가 6회말 김윤식의 투구에 맞고 있다. 2023.03.10.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런데 우리가 4-6으로 뒤진 무사 1,3루였다. 김윤식이 눗바의 등에 공을 던질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도 눗바는 사구에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문제는 상대가 그렇게 기싸움을 걸었는데, 우리 대표팀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4-11로 뒤진 7회엔 이의리가 오타니 상대 몸쪽공을 던지자, 오타니도 마운드를 노려봤다. 눗다에 비해 짧은 순간이었지만 대거리 하는게 느껴졌다.

7회말 오타니 볼넷 내보내는 이의리[포토]
이의리가 7회말 오타니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위기를 맞고 있다. 2023.03.10.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나는 그 장면들을 보면서 답답했다. 일본을 상대로 노려보고 째려봐야 하는 건, 지고 있는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어야 했다. 그런데 크게 이기고 있는 일본이 오히려 우리에게 레이저를 쐈다.

상대가 도발하는데도 무반응을 보인건, 우리가 기싸움에 눌렸고, 이미 심적으로 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태극마크를 단 후배들이 다소곳하게 참은 이유를 곰곰이 고민했다.

내 생각에 우리 대표팀은 상대 실력뿐 아니라 도쿄돔의 압도적 분위기에 눌렸다. 5만명 이상 모인 도쿄돔과 수백명의 취재진, 압도적인 현장분위기에 기가 죽은 것.

3회초 3실점 다르비슈[포토]
일본 선발투수 다르비슈와 내야진. 2023.03.10.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 선수들의 ‘하드웨어’에 꼼짝없이 눌렸다는게 내 판단이다. 우리와 일본선수의 외양은 겉보기엔 큰 차이 없다. 그러나 유니폼 속에 숨쉬는 근육은 달랐다.

내 눈엔 어른과 아이의 싸움으로 보였다. 아이가 덩치 크다고 어른을 이기지 못한다. 딱 그 상황이었다. 일본 타자들이 우리에 비해 얼마나 오랜기간 하드웨어를 단련했는지가 보였다.

일본 타자들은 타석에서 풀스윙을 했다. 여기서 풀스윙은 강한 스윙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7회말 만루에서 폭투로 1실점하는 이의리[포토]
7회말 만루상황, 오타니 타석에서 이의리의 폭투로 실점하고 있다. 2023.03.10.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일본 중심타선에서 오타니를 빼면 그다지 몸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유니폼에 숨겨진 그들의 하드웨어는 단단했다.

선수들은 상대를 보면 직감한다. 선수는 곧 몸뚱이다. 한 번 부딪혀 보면 바로 안다. 준비된 몸뚱이가 우리에 비해 일본이 강했다. 우리는 기싸움 이전에 하드웨어부터 지고 들어갔다.

투수들이 초구에 속구가 아닌 변화구만 던진 것도, 타자와의 상대에서 자신감부터 꺾인거다. 그 결과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한·일전 졸전으로 나타났다.

고개떨군 대한민국 야구[포토]
WBC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일본전에서 패한후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2023.03.10.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하지만 부정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비록 2연패했지만, 아직 우리 선수들은 젊고 어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쌓고 있다.

실력, 하드웨어, 시스템 등 부족한 점은 한국에 와서 정비하면 된다. 선수들 탓만 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일단 남은 2경기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독기와 깡다구를 보여주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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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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