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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페이코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버펄로 빌스-신시내티 뱅갈스의 먼데이나잇 풋볼 1쿼터 경기 도중 빌스 세이프티 다마 햄린이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햄린의 심장정지로 경기는 중단돼 연기됐다.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최근 미국 스포츠계를 강타한 뉴스가 있다. 버펄로 빌스 24세 수비수 다마 햄린의 의식불명 상태다. 지상파의 메인뉴스 첫 헤드라인도 햄린의 심장정지 속보다.

그의 상태가 전 미국인들에게 크게 다가가게 된 이유는 NFL의 전국중계 때문이다. 4일 현재 햄린이 입원해 있는 신시내티 병원과 버펄로 빌스 홈구장에는 팬들이 갖다놓은 쾌유를 바라는 꽃들과 시그니처로 가득하다.

3일 버펄로 빌스(12승4패)-신시내티 벵갈스(11승5패)전은 미 전역으로 중계되는 ESPN의 먼데이나잇 풋볼이었다. 먼데이나잇 풋볼은 최고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게임이다. 게다가 정규시즌 2경기 남은 상황에서 두 팀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승률 싸움으로 최고의 빅매치였다.

홈팀 신시내티가 선제 터치다운을 작성해 7-0으로 앞서 나갔다. 이어 버펄로가 필드골로 3점을 만회 7-3으로 앞선 1쿼터에 신시내티 공격이 이어졌다. 50야드 선상에서 패스를 받은 신시내티 와이드리시버 티 히긴스가 태클을 하려고 오는 햄린의 가슴을 들이 받고 전진했다. 플레이가 멈춘 뒤 바로 햄린이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곧바로 의무진이 그라운드로 달려왔다. 처음에는 태클에 의한 부상이라고 가볍게 판단했다. 그러나 버펄로 감독과 선수 전원이 햄린을 둘러싸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의무진은 심폐소생술과 산소호흡을 시작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침울했고, 몇몇은 눈물을 흘리며 사태의 심각성이 TV로 전파됐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고 16분이 지난 뒤 앰뷸런스에 의해 햄린은 신시내티 병원으로 이동했다. 모친이 이 경기를 지켜봐 함께 대동했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고 그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로 동료애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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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펄로 빌스 선수들이 다마 햄린이 병원으로 이동된 뒤 그라운드에서 그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버펄로 션 맥더모트, 신시내티 잭 테일러 감독은 심판과 합의해 경기를 잠시 중단했다. 햄린의 상황이 너무 심각해 경기를 곧바로 재개할 수 없었기 때문. ESPN 중계팀도 시시각각 햄린의 상태를 보도하면서 침통한 표정이었다. 해설자와 기자들은 한결같이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며 참담해했다. 결국 1시간여가 지난 뒤 뉴욕의 로저 구델 커미셔너는 햄린의 위독한 상태와 함께 경기를 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경기는 언제 재개될지 불투명하다. 두 팀은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상황이고 홈필드 여부의 시드 경쟁만 남아 있다.

미국에서 풋볼을 ‘현대판 글레디에이터(검투사)’라고 부른다. 태생적으로 신체충돌 스포츠로 부상위험이 늘 도사린다. 최근에는 은퇴 선수들이 현역 시절 부상 후유증, 특히 뇌진탕을 호소해 NFL은 이를 철저히 예방하려 노력하고 있다. 올시즌 마이애미 돌핀스 쿼터백 투아 타고바이로아(24)는 두 차례나 뇌진탕 증세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NFL은 선수들의 부상을 숨길 경우 엄청난 벌금을 제재한다. 선수보호가 우선이다.

NFL에서 부상으로 선수생명이 마감되는 경우는 흔하다. 37년 전 1988년 11월18일, 이 때도 먼데이나잇 풋볼로 중계된 경기였다. 두 차례 슈퍼볼 우승으로 워싱턴 레드스킨스 쿼터백 조 사이스먼은 뉴욕 자이언츠 라인베커 로렌스 테일러의 태클로 다리가 부러지고 선수 생활이 끝났다. 태클한 테일러(명예의 전당 회원)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벤치를 향해 의료진을 불렀다.

이 부상은 ESPN 여론조사에서 팬들에 의해 ‘NFL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순간’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태클을 ‘아무도 잊을 수 없는 히트(The Hit That No One Who Saw It Can Ever Forget)’로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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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 벵갈스 팬들이 3일 신시내티 대학 병원 앞에서 버펄로 빌스 수비수 다마 햄린의 쾌유를 빌며 기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햄린은 2021년 NFL 드래프트 6라운드에 지명됐다. 피츠버그 인근 태생으로 대학도 피츠버그를 나왔다. 햄린은 20202년부터 해마다 자신의 홈타운 어린이들을 위한 ‘토이 드라이브스’ 기금모음 행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 초기목표 2500 달러에서 사고 후 400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현재 NFL 뿐 아니라 NBA 등 모든 스포츠인들이 햄린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쾌유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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