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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이상혁.  제공 | T1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프로e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원클럽맨’이 탄생했다. 남의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이는 프로야구·축구 등 정통 스포츠에서도 좀처럼 보기 드물다. 수억의 몸값이 오가는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한 팀에 종속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e스포츠업계에 첫 원클럽맨이 등장했다. T1의 미드라이너 ‘페이커’ 이상혁(26)의 얘기다. 지난 2013년 SK텔레콤 T1(현 T1)에 입단해 10년을 동행한 그가 T1에서 3년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사실상 T1에서 시작과 끝을 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는 소속팀 T1 뿐만 아니라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갖는 상징성이 더욱 크다. 전 세계 LoL e스포츠를 통틀어 10년이 넘게 한 팀에서 선수생활을 한 선수는 ‘페이커’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기록을 세우며 ‘전설’ 반열에 오른 이상혁이지만 이번 ‘원클럽맨’의 다짐으로 다시 한 번 e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

올해 프로데뷔 10년차인 이상혁은 국내 리그인 LCK 10회 우승, 최다 출전, 최다승, 최다 킬 등 대부분 지표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더불어 국제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우승(3회)·준우승(2회), 롤드컵 역대 최다승·출전·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이 같은 전무후무한 기록을 스스로 경신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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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이상혁.  김민규 기자 kmg@sportsseoul.com

이뿐만이 아니다. 이상혁은 e스포츠의 성장을 함께 일궈내며 세계적인 스포츠로 도약하는데 기여했다. 또한 해외 리그에서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유혹하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에 남아 더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신념을 지켜왔다. ‘페이커’는 이번 T1과의 3년 계약으로 ‘원클럽맨’으로서 자신의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그의 프로 선수로서의 신념과 노력, 열정은 전 세계 e스포츠 선수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다. 그가 LCK를 대표하는 선수란 ‘상징성’에 이견이 없는 이유다.

‘원클럽맨’ 이상혁의 가치를 프로야구 선수와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만, 가치를 헤아려 보자면 프로야구 LG의 박용택은 프로의 시작과 끝인 19년간 LG에서만 뛰었고, 등번호 ‘33번’은 영원히 박용택의 번호가 됐다. 또한 올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감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의 경우 일본·미국 등 해외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지만 KBO에선 롯데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의 등번호 ‘10번’은 영원한 롯데맨 이대호의 번호로 남게 됐다.

e스포츠는 별도의 등번호가 없다. 하지만 ‘페이커’란 이름의 무게가 등번호를 대신한다. 또 다른 점은 ‘페이커’의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것이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많은 기록을 경신하고 역사를 만들지는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페이커’가 가는 길이 곧 역사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란 얘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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