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빈

[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누군가 나로 인해서 위로받는다고 하면 멋진 사람인 것 같지 않나.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KBS2 주말드라마 ‘현재는 아름다워’(하명희 극본· 김성근 이현석 연출)를 완주한 배우 배다빈의 또렷한 연기 목표다.

‘현재는 아름다워’는 이가네 삼 형제가 집안 어른들이 내건 아파트를 갖기 위해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백화점 퍼스널 쇼퍼이자 이현재(윤시윤 분)의 아내 현미래 역을 맡은 배다빈에게는 첫 주연작이자 첫 주말극이었다.

“작품 끝나기 한 달 전부터 ‘끝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상상이 안 되더라. 일렁이는 마음을 잠재우려고 했다. 부담감을 떨치려고는 안 했다. 당연히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작가님과 많은 선배님과 함께한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했다.”

평소 하명희 작가의 팬이라서 오디션을 봤다는 그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작가님의 팬이라서 얼굴이라도 비추면서 ‘저 있어요’라고 알리고 싶었다. 만나 뵙고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는 게 기대됐다. 하지만 같이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조심스럽고 얼떨떨했다. ‘바로 할래요’ 한다거나 기쁘진 않았다. 내가 존경하는 작가님의 글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됐다. 다행히 저를 믿어주셔서 그 믿음에 힘입어 부족하더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했다.”

배다빈은 인물의 직업에 적합한 외양을 구현하고자 애썼다. 특히 세련된 스타일링을 소화하기 위한 체중 관리는 촬영 내내 이어졌다. “옷을 입었을 때 태가 나야 하니까 촬영 있는 날에는 샐러드만 먹었다. 그런데 꼭 식단 관리를 하려고 그랬다기보다는 빨리 먹고 준비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대본을 많이 봐야 편안해지는 스타일이라서. 하하. 호흡도 길고 관계성도 많아서 다른 작품보다 할애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맞춰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배다민만의 방법도 있다. 인물에 잘 어울리는 음악, 색, 향기를 매치하는 것이다. “작품을 할 때 늘 (몰입하기 쉽게)상황에 맞는 음악, 색깔, 향수 등을 많이 찾는다. 배우는 빠르게 집중해야 하는데, 주말드라마에서는 더 많은 신을 소화해야 한다. 미래는 두 가지 향수를 썼다. 초반에는 진한 꽃향,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향을 많이 쓰다가, 뒷부분에는 물, 풀, 나무 이런 향을 썼다. 옷 같은 경우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채도가 낮은 색상을 택하고 액세서리도 최소화했다. 준형(이현진 분)이와 일이 있을 때는 차가운 색감과 가죽 재질을 골랐다.”

배다빈
배우 배다빈. 2022.09.26.취 재 일 : 2022-09-26취재기자 : 강영조출 처 : 스포츠서울

인물과 닮은 점으로는 ‘순수한 희생’을 꼽았다. K장녀의 숙명이 공통분모인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궁금하다. 조금 불편해도 동생들이 편하다면 기꺼이 희생하지만 그걸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부모님을 도와드리고, 학업에 무리가 가도 동생들은 그 나이에 맞게 살았으면 하고. 미래의 삶과 차이는 있지만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부분을 극대화했다.”

연기에 뜻을 두지 않고 뉴질랜드에 살던 그가 한국 배우가 된 이유도 맏딸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희생이라고 하기엔 부모님이 속상하실 것 같고. 하하. 자진해서 (집안에)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하게 됐다. 가족과 떨어져서 나한테 집중하기 위해서 ‘뭐든 경험해보자’ 하면서 왔다. 광고 엑스트라로 방송 일을 시작했다. 본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이 일도 그랬다. 그러면서 연기가 궁금해졌다. 운이 좋게 기회가 주어져서 연기를 접했고 첫 작품이 좋아서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다.”

배다빈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게도 특유의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물론 애정의 크기는 비중에 비례하지 않는다.

“저한테는 모든 작품이 소중해서 작품이나 캐릭터와 관련된 아이템 한 가지씩을 가지고 있다. 첫 작품에 쓰였던 물건이라든지 ‘나쁜 형사’에서의 순경 명찰이라든지. 조연이든 주연이든 저한테 와서 고마운 친구들이다. 대본에 한 신만 나오는 캐릭터라도 의미 없이 들어간 건 아니지 않나. 모든 캐릭터는 살아 있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시청자들의 따끔한 지적마저 사랑하고 마는 그다. “저에 대해 아쉬운 지점을 말씀해주신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아쉽다’ ‘노력해야겠다’, 다 애정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하면 될 것 같으니까 부족하다고 얘기해주시는 것 아니겠나. 스스로 냉철해서 ‘이게 부족했네, 저게 부족했네’ 짚는 스타일인데, 명확하게 알려주시니까 노력의 지표가 된다.”

“데뷔 초부터 저를 보는 분들이 편했으면 했다”는 배우 배다빈의 목표는 이 같은 마음가짐과 궤를 함께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현재를 아끼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제가 행복해야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선배님들을 통해 배웠다. 한 사람이라도 제 연기를 보고 그날 받고 싶은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 슬프면 슬픈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지 않나. 연기하는 저를 보고 나 때문에 울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위로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배다빈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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