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김진성
LG 김진성이 지난 7월 1일 잠실 롯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선수와 구단 모두 운이 따랐다.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앞둔 시점까지만 해도 김진성을 포함한 방출자 영입은 고려하지 않았다. 방출자 영입보다는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김현수를 사수하고 외부 FA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무릎 수술 후 재활에 임하던 송은범의 복귀 시점이 미뤄진다는 보고였다. LG 차명석 단장은 “처음에는 김진성 영입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송은범이 예상했던 것보다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고 하더라. 불펜진에 베테랑이 필요해서 고민하고 있을 때 김진성에게 전화가 왔다. 곧바로 김진성의 최근 데이터를 확인했고 데려오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겨울을 돌아봤다.

사실 김진성이 없어도 충분히 구색을 갖춘 불펜진이었다. 송은범 이탈이 적지 않은 타격이었지만 지난해 후반기 송은범의 빈자리를 백승현이 메웠다. 백승현 또한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으나 시즌 초반 정상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계획이었다. 이미 LG는 전원필승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양질의 불펜진을 구축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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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투수 대부분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였고 피안타율도 2할대 이하였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특정 투수의 과부하없이 양질의 불펜진을 완성한 점이다. 중간투수 중 누구도 70이닝 이상을 소화하지 않았고 71경기 이상 출장하지도 않았다. 우투수와 좌투수, 사이드암투수까지 모든 구색을 갖춘 불펜진이었다. 2021년 LG는 불펜 평균자책점 3.28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방심하거나 안주하지 않았다. 차 단장이 시즌 초반 송은범 이탈에 대비해 김진성을 영입한 것처럼, 경헌호 투수코치는 불펜 좌투수 충원에 집중했다. 어느 때보다 충실히 비시즌을 보내는 이우찬을 보고는 이우찬에게 선발이 아닌 중간에서 보탬이 될 것을 요청했다. 그동안 임시 선발투수 역할을 맡아온 이우찬이지만 경 코치는 투구 스타일상 중간투수가 이우찬에게 더 맞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22 정규시즌 종료까지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 차 단장의 김진성 영입, 경 코치의 이우찬 불펜이동은 신의 한 수가 됐다. LG는 지난해보다 두껍고 강하며 다채로운 불펜진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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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은 캠프부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시즌 초반 필승조에 배치돼 홀드 상황에서 등판했다. 이우찬은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향상된 제구력으로 불펜진 만능키가 됐다. 선발투수 경험을 살려 때로는 멀티이닝을 소화한다. 후반기 송은범이 돌아오면서 LG 전원필승조는 시즌1보다 뛰어난 시즌2를 방영하고 있다.

역투하는 이우찬
LG 이우찬이 지난 8월 28일 잠실 키움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다. 무한탄창을 장착한 것처럼 불펜 인해전술을 펼친다. 전략 또한 뛰어나다. 좌타자가 많은 팀에는 좌투수 김대유, 진해수, 최성훈, 이우찬의 비중을 늘리고 우투수들에게 휴식을 준다. 우타자가 많은 팀을 상대할 때는 반대다. 자연스럽게 투수들을 안배해 올해도 특정 투수의 과부하 없이 불펜진이 돌아간다. 더불어 지난해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진 타선이 꾸준히 필승조 투수들에게 휴식을 선물하고 있다. 대량득점으로 일찍이 승기를 잡고 필승조 투수는 벤치에서 여유롭게 경기를 관전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전원필승조를 앞세워 토종선발진 약점도 극복한다. 류지현 감독은 올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4월3일 광주 KIA전부터 빠르게 불펜진을 가동했다. 선발투수 이민호를 4회에 교체했고 중간투수 6명을 투입해 승리를 완성했다. LG는 올시즌 선발투수가 4이닝 미만을 기록한 경기에서 12승 11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가 조기강판되면 불펜 인해전술을 펼쳐 상대를 압박한다.

상대팀은 혀를 내두른다. 지난주 LG를 상대한 KT 이강철 감독은 엔트리를 바라보며 “저기는 뭐 아무나 나와도 되겠더라. 쓸 투수들이 너무 많다”고 부러움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흔히 페넌트레이스 성패는 선발진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올시즌 LG는 예외다. 케이시 켈리·아담 플럿코 최강 외인 원투펀치와 9명의 필승조가 투수가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다. 토종 선발투수가 흔들려도 든든한 9명의 필승조가 버티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G는 불펜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자리하고 있다. 3.15로 2위 KT보다 0.38 낮다.

[포토]시즌 33세이브 수확한 LG 고우석
LG 고우석이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와의 경기 9회초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유강남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4승 0패(잠실 NC전:우취승·수원 KT전:승승·사직 롯데전:우취승)

팀 평균자책점 1.50(1위), 선발 평균자책점 1.59(4위), 불펜 평균자책점 1.35(1위)

팀 타율 0.271(2위), 팀 홈런 3개(공동 4위), 팀 OPS 0.755(3위)

MVP: 문보경 4경기 타율 0.455 1홈런 3타점 OPS 1.480

문보경 솔로 홈런!
LG 문보경이 지난 2일 수원 KT전 8회 솔로홈런을 터뜨린 후 김민호 코치와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수원 | 연합뉴스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9월 6일~7일 잠실 SSG전, 8일~9일 고척 키움전, 10일~11일 대구 삼성전

SSG에 시즌 전적 6승 7패 열세. 8월 18일부터 19일까지 문학 2연전 1승 1우취

키움에 시즌 전적 9승 5패 우세.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잠실 2연전 2승

삼성에 시즌 전적 11승 3패 우세. 8월 16일부터 17일까지 잠실 2연전 2승

◆예상 선발 로테이션

6일 잠실 SSG전(이민호)~7일 잠실 SSG전(켈리)~8일 고척 키움전(임찬규)~9일 고척 키움전(김윤식)~10일 대구 삼성전(플럿코)~11일 대구 삼성전(이민호)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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