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홈스틸
LG 박해민(오른쪽)이 지난 7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상대 폭투에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까지 내달려 득점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지난 27일 잠실 경기였다. 22일 만에 1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다. 특유의 2루까지 노리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했다가 아웃 판정을 받았으나 움추려들지 않았다. 바로 다음 타석에서 펜스 상단을 향하는 타구를 날렸고, 전력질주해 3루까지 밟았다. 사실상 혼자서 특급 우투수 안우진을 상대했던 LG 외야수 박해민(32) 얘기다.

박해민이 야구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3루타였다. 홈런을 의식해 타구를 바라보고 전력으로 뛰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박해민은 오직 한 베이스를 더 밟는 것만 집중했다. 처음 심판 판정은 홈런이었는데 비디오 판독을 통해 인플레이 상황으로 판정이 정정됐다. 만일 박해민이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면 2루타가 됐을 것이다. 끝까지 뛰면서 3루를 밟았고 무사 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 다음 장면도 박해민이라 한결 쉬웠다. 다음 타자 문성주의 땅볼 타구에 지체없이 홈으로 내달렸다. 상대 내야진의 위치가 정상적인 것을 파악하고 거침없이 홈으로 슬라이딩했다. 이날 경기 결승점이 올라간 순간이었다. 첫 타석에서는 안우진의 시속 141㎞ 슬라이더를 공략하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안우진의 155㎞ 속구를 강타했다. 박해민은 안우진 상대로 올시즌 타율 0.375(8타수 3안타), 통산 타율 0.455(22타수 1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또다른 에이스 NC 구창모와 승부에서도 박해민은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6월 28일 잠실 NC전에서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첫 타석 내야안타로 출루한 후 득점, 두 번째 타석 2루타로 출루한 후 3루에서 폭투에 득점했다. 네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 후 도루를 시도했다가 런다운에 걸렸으나 절묘하게 상대 송구 타이밍을 캐치해 2루에 안착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득점했다.

[포토]LG 박해민, 발로 만든 득점
LG 박해민(왼쪽)이 6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와의 경기 3회말 2사 3루 상황에서 NC 선발 구창모의 폭투 때 3루에서 홈으로 뛰어 득점하고 있다. 오른쪽은 포수 양의지의 송구를 잡으며 홈을 커버하기 위해 달려가는 NC 선발투수 구창모.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다. 상황을 간파해 자신의 스피드를 완벽하게 활용한다. 순발력과 야구 IQ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새로운 득점 공식을 만든다.

두산전에서는 2020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당했던 것을 되갚는 주루플레이를 했다. 당시 LG는 9회초 번트 타구 송구 실책으로 1루 주자 이유찬에게 홈까지 내줬다. 고우석의 1루 송구 실책 후 포수 이성우가 이유찬이 홈까지 질주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실점했다. 0-8에서 7-8로 1점차까지 추격했는데 실점했고 7-9로 패해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박해민은 7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서 이유찬처럼 득점했다. 상대 투수 정철원이 폭투를 범하자 2루에서 3루를 지나 홈까지 내달렸다. 홈으로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정철원의 등뒤로 슬라이딩했다. 정철원은 사각지대를 파고든 박해민을 놓쳤다. 5-4로 역전에 성공한 LG는 8-6으로 승리했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다. 기대했던 것처럼 거의 모든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다. 지금까지 LG에서 보지 못했던 수비를 펼친다. 박해민은 “개인적으로 펜스까지 거리가 먼 잠실구장 수비가 더 편하다. 우중간, 좌중간으로 빠지는 타구만 잘 계산해 한 베이스를 덜 주는 것만 하면 잠실이 수비하기 더 좋은 구장이라고 생각한다. 내 장점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구장이다. 펜스와 거리가 있으니까 펜스 의식을 덜하고 한 두 발 더 뛰면서 타구를 잡을 수도 있다”며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포토]날아오른 LG 박해민의 호수비
LG 중견수 박해민이 지난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1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SSG 전의산의 타구를 점프하며 잡아내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가을야구 성패는 디테일로 결정된다.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와 호수비 하나로 양팀의 희비가 엇갈린다. 에이스 투수만 상대해 1점 승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강한 투수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박해민의 장점이다. 올시즌 박해민은 SSG 윌머 폰트에게 9타수 3안타, 김광현에게 7타수 2안타, KT 고영표에게 10타수 5안타, 소형준에게 6타수 2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키움 선발 투수 중에는 안우진 외에도 최원태에게 5타수 2안타, 한현희에게 6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선발투수들에게 뜨겁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LG 류지현 감독은 박해민을 두고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박해민이 어떤 선수인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나. 그런데 밖에서 보다가 안에서 함께 뛰니 또 다르다. 기존에 했던 평가 그 이상이다. 경기에 대한 투지와 열정이 굉장히 크다. 그만큼 집중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뭔가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다. 박해민은 그런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가을야구만 되면 디테일과 투지에서 밀렸다. 지난 2년 두산과 승부에서 특히 그랬다. 올해는 다른 그림을 그린다. 박해민의 진가는 큰 무대에서 더 크게 빛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4승 2패(대전 한화전:패승·잠실 KIA전:패승·잠실 키움전:승승)

팀 평균자책점 1.53(1위), 선발 평균자책점 1.93(2위), 불펜 평균자책점 0.57(1위)

팀 타율 0.263(4위), 팀 홈런 1개(9위), 팀 OPS 0.672(7위)

MVP: 김윤식 1경기 8이닝 4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

김윤식
LG 김윤식.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8월 30일~31일 잠실 NC전, 9월 1일~2일 수원 KT전, 3일~4일 사직 롯데전

NC에 시즌 전적 7승 4패 우세. 8월 13일부터 14일까지 창원 2연전 1패 1우취

KT에 시즌 전적 5승 6패 열세.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잠실 3연전 1승 1패 1우취

롯데에 시즌 전적 5승 6패 1무 열세. 8월 2일부터 4일까지 사직 3연전 2승 1패

◆예상 선발 로테이션

30일 잠실 NC전(이민호)~31일 잠실 NC전(김윤식)~1일 수원 KT전(켈리)~2일 수원 KT전(임찬규)~3일 사직 롯데전(플럿코)~4일 사직 롯데전(이민호)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