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2020년 LG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민호가 2019년 9월 27일 잠실 NC전에서 클리닝타임을 이용해 홈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20년 5월 21일이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프로 입단 후 처음 선발 등판한 신인 투수를 향해 사령탑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함박미소를 숨기지 않으며 미래 에이스 등장을 예감했다. LG 선발투수 이민호(21)의 시작점이었다.

더할나위없이 강렬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은 무브먼트까지 겸비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강속구에 타자들은 빈번히 배트가 밀렸다. 두 번째 구종인 140㎞대 초반 고속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따금씩 커브와 스플리터도 구사했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류중일 감독은 “투수에게 필요한 많은 것을 이미 갖췄다. 승부욕이 있고 멘탈도 강하다. 땅볼 타구 수비도 괜찮고 견제도 좋다”며 이민호의 밝은 미래를 내다봤다.

첫 해 성적 20경기 97.2이닝 4승 4패 평균자책점 3.69. 승운이 따르지 않았고 만 19세 선수로서 당연히 기복도 겪었다. 그래도 특급 유망주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첫 시즌이었다. 21세기 LG 1차 지명자 중 데뷔 시즌부터 이민호 만큼 활약한 선발투수는 없었다.

그 후 한 시즌 반이 지났다. LG는 전략적으로 이민호를 육성하고 있다. 첫 시즌 10일 로테이션으로 이민호를 관리하면서 실전경험을 쌓게 했다. 두 번째 시즌인 2021년에는 보다 건강한 몸으로 115이닝을 던졌다. 여전히 기복은 있었으나 투구 밸런스가 잡히는 날에는 특급 투구를 펼쳤다. 경헌호, 김광삼 투수코치는 물론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까지 이민호의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핀다. 토종 선발진이 약점인 LG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민호가 에이스로 올라서는 것이다.

이민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20년 5월 2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이민호가 선발 등판에 임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하지만 세 번째 시즌인 올해 한계와 봉착했다. 투구 밸런스가 잡히고 볼넷이 적은 날에도 난타를 당했다. 올시즌 이민호는 9이닝당 볼넷 3.15개를 기록하고 있다. 1년차인 2020년에는 4.06개, 2021년에는 3.52개였다. 볼넷 비율이 가장 적은데 평균자책점은 가장 높다. 2021년 4.30에서 올해 5.52까지 치솟았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피안타율이다. 2020년 0.249, 2021년 0.220에서 올해 0.311다. 아무리 특출난 재능을 지닌 유망주라 해도 선발진에 고정시키기 어려운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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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익을수록 쉽다. 이민호의 투구가 그렇다. 상대 타자들은 이제 이민호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공략한다. 커맨드가 완벽하지 않으면 장타로 연결된다. 두 시즌 동안 꾸준히 선발 등판한 만큼 이민호에게 대처하는 방법이 생겼다.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 유형이고 두 구종이 모두 130㎞ 후반에서 150㎞ 이하 구간에서 형성된다. 타이밍을 잡기 어렵지 않다. 지난달 13일 경헌호 투수코치는 이민호를 2군으로 내리며 세 번째 구종을 습득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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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복귀 후 이민호는 커브 구사율을 높였다.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10.3%, 18일 문학 SSG전에서 9.9%로 커브를 많이 던졌다. 문학 SSG전 후 이민호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투피치인 것을 안다. 그래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경기에는 스플리터도 던졌는데 스플리터를 던지는 모습이 너무 급했다. 그래도 커브는 예전부터 던졌던 구종이니까 자신감을 갖고 던지겠다. 내게 세 번째 구종은 커브”라고 말했다.

경 코치는 이민호의 구종 분포를 두고 “나쁘지 않은 커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커브에 대한 자신이 없어서 커브를 던지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 7월 2군으로 내려갈 때 김경태 코치님께 커브를 많이 던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2군에서 커브 외에도 이런저런 구종을 던졌더라. 스플리터도 던지는 데 팔꿈치에 부담이 될 수 있는 구종이라 조심하고 있다. 스플리터 구사는 시즌 후 몸상태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전까지 민호는 커브 비중이 2, 3%인 경기가 많았다. 커브 비중이 10%에서 15% 사이만 되도 한결 좋아질 것이다. 작년부터 체인지업도 던지고 있는데 아직 체인지업은 커브에 비해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 일단은 커브 비중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포토]LG 이민호, 채은성의 호수비에 박수를!
LG 이민호가 지난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7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SSG 최주환의 직선타를 호수비로 잡아 더블 아웃을 만든 1루수 채은성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어느정도 답은 나왔다. 패스트볼, 슬라이더에 커브를 서드피치로 장착한다면 치솟은 평균자책점을 내릴 수 있다. 장점을 유지하면서 커브 비율을 조금만 높이면 볼배합이 달라진다. 여기에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더하면 금상첨화다. 경 코치는 네 번째 구종으로 유력한 체인지업에 대해 “민호 투구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체인지업은 반드시 필요한 구종이다. 꾸준히 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는 만큼 체인지업도 자기 구종으로 만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마냥 순탄할 수는 없다. 때로는 비포장 도로를 지나며 벼랑 끝에 몰리기도 한다. 언제든 고비가 올 수 있다. 그렇다고 야구를 놓아버리면 그대로 추락한다. 기록상으로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이민호지만 2년 전보다 건강하고 단단한 몸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김용일 수석 트레이닝 코치는 “민호가 입단 첫 해에는 제대로 시즌을 소화할 수 없는 몸이었다. 무리시키면 큰 부상이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열흘 간격으로 등판하는 것을 권유했다”며 “지금은 괜찮다. 시즌 초반 허리에 작은 통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픈 데 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비시즌 동안 충실하게 훈련하는 선수다. 최소 자신에게 주어진 프로그램은 다 소화한다. 올해 작년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활 것으로 본다. 120이닝 정도를 소화하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시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3시즌 플랜에도 이민호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차명석 단장은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될 젊은 투수들에 대해 “이민호는 1년차부터, 김윤식은 올해부터 꾸준히 선발 등판하고 있다. 둘은 내년에도 선발진에 들어갈 것”이라며 “현재 재활 중인 손주영, 군에서 전역하는 이상영 등도 우리가 육성해야 하는 선발투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 25세 이하 투수 중 이민호보다 1군 선발 등판 경험이 많은 투수는 없다. 즉 이민호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영순위 과제인 토종 선발진 도약도 이뤄질 것이다. 이민호는 “토종 선발진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나도 많이 들었다. 기사로도 많이 봤다. 현재 우리 팀에 김광현 선배와 같은 토종 에이스가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며 “그렇다고 당장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올시즌 경기도 많이 남았다. 지금 목표는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던지고 볼넷은 최대한 적게 내주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4승 1패(잠실 삼성전:승승·문학 SSG전:승우취·잠실 두산전:승패)

팀 평균자책점 3.60(4위), 선발 평균자책점 3.65(4위), 불펜 평균자책점 3.54(3위)

팀 타율 0.305(3위), 팀 홈런 4개(5위), 팀 OPS 0.842(3위)

MVP: 로벨 가르시아 5경기 21타석 타율 0.421 2홈런 5타점 OPS 1.318

[포토]LG 문성주-가르시아, SSG 폰트 상대 백투백 홈런
LG 가르시아가 지난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6회초 무사 SSG 선발 폰트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문성주에 이은 연속 타자 홈런으로 가르시아의 시즌 2호 홈런.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8월 23일~24일 대전 한화전, 25~26일 잠실 KIA전, 27~28일 잠실 키움전

한화에 시즌 전적 8승 1패 우세.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대전 3연전 1승 2우취

KIA에 시즌 전적 6승 3패 우세. 7월 12일부터 14일까지 잠실 3연전 1승 1패 1우취

키움에 시즌 전적 7승 5패 우세. 8월 5일부터 7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패

◆예상 선발 로테이션

23일 대전 한화전(플럿코)~24일 대전 한화전(김윤식)~25일 잠실 KIA전(이민호)~26일 잠실 KIA전(켈리)~27일 잠실 키움전(임찬규)~28일 잠실 키움전(플럿코)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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