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오지환, 동점 홈런 넘어간다!
LG 오지환이 지난달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9회초 2사 SSG 서진용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오지환의 시즌 17호 홈런.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투수 전향이요? 생각은 했죠. 하지만 그 때는 말을 꺼낼 수도 없었어요.”

프로 입단 4년차인 2012년까지만도 해도 수차례 물음표가 붙었다. 코칭스태프 역시 그의 포지션 전향을 두고 회의를 반복했다. 청소년 대표팀 주장, 그리고 1차 지명으로 화려하게 시작점을 찍었지만 이후 그가 걸어온 길은 비포장 도로였다. 소속 구단은 이렇다할 육성 시스템이 없었다. 선수층은 처참했다. 대체자가 없어 만 20세였던 2년차부터 주전 유격수를 맡았다. 바닥에서 정상으로 우뚝 솟은 LG 유격수 오지환(32) 얘기다.

타석에서는 삼진이, 수비에서는 실책이 많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고교 시절 그의 주포지션은 유격수가 아닌 투수였다. 천부적인 운동신경을 지녔지만 정교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헛스윙 삼진과 악송구를 반복했다. 늘 묵직한 비난이 그를 향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속팀 상황 또한 최악이었다. 긴 암흑기 속에서 ‘부담’이라는 두 글자가 팀 전체를 짓눌렀다.

1군에서 오지환과 처음 인연을 맺은 지도자는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이었다. 2010년과 2011년 수비코치로서 오지환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고 지도했다. 염 위원장은 “잠재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러나 이전까지 투수를 했기 때문에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가장 놀라운 부분은 정신력이었다. 그렇게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못하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실책하고 선배들이 무서워 홀로 락커룸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도 봤다. 그래도 끝까지 하겠다고 하더라”고 돌아봤다.

2010 프로야구 삼성-LG
2010년 4월 14일 LG 오지환이 잠실 삼성전에서 견제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답은 맹훈련 뿐이었다. 늘 잡고 던졌다. 캠프 기간에는 엑스트라 훈련을 자청했다. 시즌 중에도 홀로 특훈을 했다. 지도자가 펑고를 치다가 지쳐 쓰러질 정도로 훈련 강도가 높았다. 온 몸이 땀으로 젖고 손가락, 팔꿈치, 무릎 등에 피가 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2012년부터 수비코치를 맡은 류지현 감독은 “매번 하나라도 더 쳐달라고 했다. 늘 그만하라고 말려야 할 정도였다”며 “코칭스태프 회의에서 포지션 전향을 반대했다. 머지않아 우리 팀을 이끌 유격수가 될 것으로 봤다”고 10년 전을 회상했다.

팀이 암흑기에서 탈출한 2013년부터 오지환의 기량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정상급 수비력에 OPS 0.800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대체불가 유격수가 됐다.

하지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2018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두고 이런저런 비난과 마주했다. 몇몇 매체는 전후 관계는 파악하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단어만 나열하며 진실을 왜곡했다. 누명이라도 씌우려는 듯 수차례 같은 어조의 기사를 작성했다. 오지환은 금메달을 숨긴 채 공항을 빠져나왔다.

[포토] 오지환, 금메달과 함께...돌아왔습니다~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2018년 9월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정운찬 KBO 총재와 인사하고 있다. 당시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금메달을 주머니 속에 넣은 채 간소하게 환영 행사를 진행했다. 인천 | 스포츠서울DB

마냥 피하지는 않았다. 아시안게임 이후 취재진과 마주해 진솔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타격이 부족하고 기복이 있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수비는 정말 자신이 있다”며 “야구 팬들 중 나를 싫어하시는 분도, 좋아하시는 분도 있는 것을 안다. 야구 내적인 비난은 얼마든지 받겠다. 그래도 지금까지 한 번도 부끄럽게 산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센 비가 그치고 더 단단해졌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당당히 대표팀 유격수를 맡았다. 말하는대로 수비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가 됐다. 올해는 타석에서도 불을 뿜는다. 19홈런으로 홈런 부문 공동 3위에 자리하고 있다. OPS 0.815로 유격수 중 가장 높다. 2016년 20홈런을 터뜨렸음에도 놓쳤던 골든글러브에 다시 도전한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한 결과다. 박해민이 합류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2번 타순에 배치되지 않는다. 5번 혹은 6번에서 장기인 장타에 집중하면 된다. 지난 3년 동안 오지환은 2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882타석을 소화했다. 시즌 전 구상은 테이블세터가 아닌 5번이나 6번이었는데 늘 결과는 2번 타자였다.

이번에는 달랐다. 총 391타석 중 5번에서 247타석을 소화했다. 6번에서 58타석, 2번은 9타석에 불과하다. 올시즌 초반 오지환은 “작년까지는 2번 타순에 공백이 생기면 내가 2번으로 들어갈 때가 많았다. 2번에서는 아무래도 출루를 생각해야 한다”며 “올해는 시즌 전부터 테이블세터 구상이 나왔다. 해민이형이 왔고 (문)성주도 2번에서 잘 해줬다. 동료들이 앞에서 잘 해주는 만큼 나는 뒤에서 장타를 치면서 해결하는 역할을 준비하기로 했다. 좋은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홈런이 나오고 있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포토]6연승 달성한 LG 류지현 감독
LG 류지현 감독(왼쪽 둘째)이 5월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오지환-김현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각자 다르게 시작해 다른 과정을 거친다. 긴 진흙 길을 지나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오지환과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놓고 경쟁하는 박성한(24)은 “오지환 선배와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사실 수비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을 낮췄다. 박성한 뿐이 아니다. 후배 이영빈은 물론 최근 프로무대에 입성한 신예 유격수 다수가 오지환을 롤모델로 꼽는다. 오지환처럼 수비하고 홈런치는 유격수가 되는 모습을 꿈꾼다.

오지환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참조)에서 40.51을 기록했다. KBO리그 40년 역사상 오지환보다 WAR이 높은 유격수는 67.74의 이종범 뿐이다. 통산 유격수 홈런 순위에서도 이종범이 194개로 1위, 오지환은 140개로 3위에 자리하고 있다. 2023시즌 중에는 박진만의 홈런 153개를 넘어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서 영원히 등번호를 남긴 이병규 코치, 박용택 해설위원의 예상도 적중하고 있다. 둘다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차기 영구결번 선수로 오지환을 꼽았다. 41번 김용수부터 9번 이병규, 33번 박용택에 이어 언젠가는 10번 오지환이 잠실구장에 자리할 것이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4승 2패(사직 롯데전:패승승·잠실 키움전:패승승)

팀 평균자책점 2.89(1위), 선발 평균자책점 3.55(5위), 불펜 평균자책점 1.80(1위)

팀 타율 0.327(1위), 팀 홈런 7개(1위), 팀 OPS 0.892(1위)

MVP: 오지환 6경기 25타석 타율 0.375 2홈런 7타점 OPS 1.272

2타점 적시타 치는 LG 오지환
LG 오지환이 지난 7일 잠실 키움전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치고 김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8월 10일~12일 대전 한화전, 13일~14일 창원 NC전

한화에 시즌 전적 7승 1패 우세.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우취 위닝

NC에 시즌 전적 7승 3패 우세.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창원 3연전 1승 2패 루징

◆예상 선발 로테이션

10일 대전 한화전(김윤식)~11일 대전 한화전(임찬규)~12일 대전 한화전(켈리)~13일 창원 NC전(이민호)~14일 창원 NC전(플럿코) ※충청 지역 호우주의보. 대전 3연전 몇 경기 우천취소 가능성 높아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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