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염경엽 기술위원장,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 관찰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왼쪽)이 지난 2월 17일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 볼파크장에서 열린 KT 스프링캠프에서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기장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09년 한화는 46승 84패 3무 최하위에 자리했다. 암흑기 시작점이었다. 2006년에는 준우승, 2007년에는 정규시즌 3위, 2008년 정규시즌 5위지만 승률 0.508을 기록했던 팀이 순식간에 바닥을 찍었다. 2009년부터 한화는 2018년까지 10년 동안 단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도 3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009년 한화 추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은 한화 김인식 감독이었다. 2005년부터 한화를 맡아 성공으로 감독 커리어를 이어가던 김 감독은 최하위를 기록한 2009년을 마지막으로 프로 구단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대표팀은 WBC에서 준우승을 달성했으나 한화는 사령탑이 2009시즌 준비 기간 자리를 비운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장 결정권자인 감독이 캠프를 떠나면 시즌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3년 WBC 대표팀 사령탑은 삼성을 지휘하고 있었던 류중일 감독이었다. 삼성은 류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3년도 다르지 않았다. 당해 삼성은 캠프 기간 감독 공백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올랐다.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2023년 KT는 2009년 한화와 2013년 삼성의 기로에 선다. 지난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KT 이강철 감독에게 2023 WBC 대표팀 지휘봉을 전했다. 이 감독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류중일 감독 이후 첫 겸임 감독이 됐다.

이로써 KT는 내년 캠프를 감독없이 진행해야 한다. 2023 WBC는 3월 8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WBC 한국 대표팀의 성적에 따라 감독 기간도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대표팀 또한 캠프에 임하며 대회를 준비한다. WBC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각 구단은 실전에 돌입한다. 이 감독은 2023시즌 KT 캠프를 제대로 챙길 수 없다.

전력이 어느정도 완성된 팀이라면 감독 공백이 크지 않을지도 모른다. 2009년 한화와 2013년 삼성의 객관적인 전력 차이 또한 상당히 컸다. 그런데 KT도 2023년 중요한 변화와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진에서 배제성, 내야진에서 유격수 심우준이 군입대로 전력에서 제외될 수 있다. 핵심자원의 공백을 메우는 게 2023 KT 캠프의 영순위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경우 사령탑 공백은 구단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전까지 아시안게임, 올림픽, 프리미어12는 사령탑이 소속팀과 대표팀을 겸임해도 부담이 적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기간에는 시즌이 중단됐고 프리미어12는 시즌 후에 열렸다. WBC는 한 시즌 구상을 본격화하는 시기에 열린다. 2009년 김인식 감독과 2013 류중일 감독 모두 두 마리 토끼는 잡지 못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류 감독은 소속팀 삼성의 목표만 이뤘다. 이강철 감독이 2023 WBC 대표팀과 2023시즌 KT,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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