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오디세이

[스포츠서울 | 김경무전문기자] 운동선수들은 고달프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종일 단련하고 또 단련해야 한다. 오죽하면 ‘운동기계’ ‘연습벌레’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나 선수들을 단순한 운동기계로 만들어선 안된다. 그런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으나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진정한 스타플레이가 되기 위해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팬과 언론 앞에서 자기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길들여져야 한다. 때로는 당돌할 정도로. 그만큼 균형감각과 목표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코치나 부모의 가르침이 중요한 이유다.

최근 특정종목 유망주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놀랐다. 도대체 이 선수들은 자기 연령대에 맞게 제대로 정규교육을 받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을 목격했다. 너무나 어색한 장면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실업 1년차 기대주인 한 엘리트 선수가 동호인 대회에서 마이크를 잡게 됐다. 그런데 다들 그의 입을 쳐다보는데 단 한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저 웃다가 사라져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또다른 선수는 몇년 전 고교 기대주로 후원금을 받는 공식 자리에 있었는데, 그 역시 팀 관계자와 언론들 앞에서 역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마이크만 잡고 몇분 동안 서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관계자들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순간이었다.

수줍음을 타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런 자리에 아무런 준비도 않고 나온 선수는 무엇인가. 또한 그를 이끄는 지도자나 부모는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었다. 금메달이나 성적만 요구할 게 아니라, 모르는 것은 뭐든지 지도해줘야 한다.

얼마 전 한 10대 선수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대회에서 깜짝 우승했다. 결승전 뒤 여성 진행자가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를 들어대고 영어로 질문했다. 이 선수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싱겁게 인터뷰를 마쳤다. 이를 지켜본 같은 경기인이나 팬들은 황당했고 안타까움까지 느꼈다.

선수들이 아직 어리다고는 하지만, 영어로 자신의 우승 소감 몇마디 정도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영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각종 무대에서 스스로를 표현하지 못하는 건, 운동에만 매몰된 결과다.

정현은 지난 2018년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노박 조코비치 등을 연파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정현은 코트 인터뷰에서 세련되지는 않았으나 거침없는 영어로 소감을 피력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뷰 때 고작 한다는 말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정도라면 팬에 대한 성의가 없는 거다. 앞으론 상투적이기 보다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생각을 서슴지 않고 표현하는 우리나라 스포츠 유망주를 많이 보고 싶다. kkm100@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