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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주전포수 이지영. 부산 | 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키움 ‘안방마님’ 이지영(36)에게 2022년은 특별하다. 오롯이 주전 포수가 됐다. 팀에 없으면 안 되는 선수다. 길게 본다. 가장 오래 현역으로 뛰는 포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 안 될 이유가 없다.

2021년까지 키움은 포수 2인 체제였다. 이지영과 박동원이 번갈아 마스크를 썼다. 올 시즌도 초반은 그랬다. 그러나 4월25일 박동원이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갔다. 이지영이 ‘원톱’ 포수가 됐다. 2015~2017년 삼성 시절 이후 처음이다. 능력이나 경험은 확실하다. 삼성 왕조 시절을 함께했다. 팀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출전 기회를 나눴을 뿐이다.

당장 수치가 확 달라졌다. 지난해 포수로 505이닝을 먹었다. 2019~2021 3년간 평균 516이닝 정도 소화했다. 올 시즌은 이미 497.2이닝이다. 시즌 절반이 갓 넘었는데 작년만큼 뛰었다. 이 추세면 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은 떼어논 당상이다. 2016년 867이닝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아무래도 체력이 걸린다. 1986년생으로 30대 중반이다. 체력 소모가 가장 큰 포수이기에 더 신경이 쓰인다. 그러나 이지영은 “괜찮다. 올해 많이 뛰기는 하는데 전혀 문제 없다. 많이 뛰니까 더 낫다. 힘든 것도 없다. 이제 익숙하다. 우리 선수들이 나를 보고 ‘체력 진짜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 관리도 하고 있다. 작년보다 웨이트를 할 때 무게를 더 든다. 살도 10kg 정도 뺐다. 근력을 유지하면서 체지방을 뺐다. 경기를 많이 나가지 않을 때는 러닝을 하면서 억지로 뺐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저절로 유지가 된다. 몸을 가벼운 상태로 유지하려고 한다. 매년 조금씩 살을 빼보려 한다. 지금 85~86㎏ 정도다”고 덧붙였다.

\'아 그걸 잡네\' 이지영[포토]
키움 이지영.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투수 이야기도 나왔다. 올 시즌 키움은 리그 최강의 마운드를 자랑한다. 팀 평균자책점 3.33으로 1위다. 선발은 3.45로 2위이고, 불펜은 3.14로 1위다. 그리고 투수들이 입을 모아 “이지영 포수 리드 덕분이다”고 한다.

이지영은 “내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며 너스레를 떤 후 “내가 잘하는 것보다, 내 리드 스타일은 투수에 맞추는 것이다. 무엇을 던지고 싶어하는지 먼저 본다. 그리고 안 좋았을 때 짚어준다. 받는 포수가 가장 잘 보일 수밖에 없지 않나. 우리 투수들이 또 열심히 하고, 편하게 던진다. 그러면서 더 좋은 성적이 나온다”고 짚었다.

이어 “투수들이 얻은 경험치도 무시할 수 없다. 1년, 1년 뛰면서 얻는 것이 있다. 던지면서 결과를 내고, 자신감이 붙는다. 이쪽이 가장 중요하다. 자기 공에 자신을 갖고 던져야 실투가 나와도 야수 정면으로 간다. 어차피 모든 공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안 좋을 때도 던져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공격도 쏠쏠하다. 하위 타선에서 하나씩 해주고 있다. 26일 롯데전에서는 3안타 2타점 2득점을 만들기도 했다. 멀티히트 경기도 종종 나온다. 이지영은 “타격폼을 조금 바꿨다. 2018년 처음으로 다리를 오픈했던 그때 당시 영상을 많이 봤다. 지금과 많이 다르더라. 최근에는 내가 많이 서 있는 자세였다. 그때는 자세가 낮았다. 처음 바꿨을 때 좋았던 느낌을 다시 받고 싶었다. 타이밍이 많이 좋아졌고, 타구 질도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포토] 문성현-이지영 \'이겼다\'
키움 이지영(왼쪽)과 문성현.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목표와 꿈도 비교적 정확하게 세팅하고 있다. “일단 목표는 우승이다. 이쪽이 가장 먼저다. 지금 팀 분위기가 좋다.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오랜만에 우승이 될 것이다. 수비에서는 시즌 1000이닝을 해보고 싶다. 많이 뛰고 있으니까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미래도 본다. “나이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몸이나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 아픈 곳도 없다. 오래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 기록은 내가 다른 포수 선배님들에 미치지 못한다. 대신 길게 하고 싶다. 가장 오래 뛴 선배가 42살까지 뛰었더라. 43살까지 뛰고 끝내고 싶다. 포수 중에 가늘고 길게, 가장 오래 뛰고 끝내고 싶다.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역대로 40대까지 선수로 뛴 포수들이 있다. KIA 진갑용 코치 김동수 해설위원, 박경완 전 SK 감독대행, LG 조인성 코치 등이다. 진 코치와 김 위원, 박 전 대행은 41세까지 뛰었다. 조 코치는 42살까지 현역으로 활약했다.

이지영이 조 코치를 넘고자 한다. 현재 36세이니 7년을 더 뛰어야 한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30대 중반임에도 꾸준히 주전으로 나서고 있고, 이렇다 할 부상도 없다. 매 시즌 1군에서 풀 타임을 뛰는 선수다. 언젠가 주전에서 밀릴 수는 있겠으나 백업으로도 가치는 차고 넘친다. 전혀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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