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온더블럭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대한민국을 절반으로 쪼갰다”는 평을 들은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난지 40여일. 좋든 싫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는 이때, 뜻밖의 소식이 들려오며 시청자들의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바로 윤 당선인이 tvN 간판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다는 소식이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간호사부터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고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만든 아버지까지 우리 사회의 숨은 영웅들을 발굴해온 그 ‘유퀴즈’에 말이다.

‘유퀴즈’ 측은 14일 “윤 당선인이 최근 ‘유퀴즈’ 녹화를 마쳤고, 오는 20일 촬영분이 방송된다”며 방송을 공언했다. 제작진의 확인 사살에 시청자들의 반발은 거세졌다. 15일 현재 ‘유퀴즈’ 게시판에는 무려 7000여건이 넘는 항의글이 폭주 중이다.

사실 정치인들에게 뉴스에 비해 시청률이 높고, 골치 아픈 질문도 없는 예능 방송 출연은 ‘이미지 세탁’에 더할 나위 없는 창구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SBS ‘집사부일체’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등에 이미 출연해 ‘소탈한 아저씨’ 이미지를 연출한 바 있다.

SBS\'집사부일체\'
SBS‘집사부일체’캡처화면

KBS2\'옥탑방의 문제아들\'
KBS2‘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화면

달라진 게 있다면 당시 방송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각각 출연했다면 이번에는 윤 당선인 나홀로 출연이다. 게다가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는게 장기인 ‘유퀴즈’에 정치인이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숱한 화제의 인물을 섭외해온 ‘유퀴즈’가 설마 지금껏 정치인 섭외를 ‘못’ 했을리는 없다. 할 수 있지만 ‘안’ 했던 프로그램에서 돌연 윤 당선인이 출연하니 반발이 뜨거워졌다. 윤 당선인의 출연 소식이 들려온 뒤 시청자게시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시청자들은 “뉴스도 못 보고 사는데 이젠 유퀴즈까지 보지 말라는 거냐” “너무 화가 나서 회원가입까지 하고 글을 쓰고 있다. 프로그램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정치인 이미지 세탁에 이용되지 말아주세요, 제발” 등 항의글을 올리고 있다.

‘유퀴즈’ 제작진이 어떤 고민으로 출연자를 섭외하고 방송 녹화를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시청자들은 ‘유퀴즈’가 지금껏 지켜온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결을 훼손하면서까지 정치인을 출연시킨데 대해 의구심과 실망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고, 그가 ‘유퀴즈’에 출연한다고 해도 분명히 나왔을 반응이다.

방송까지는 아직 닷새가 남았다. 방송이 강행된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시청거부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8월 첫 방송이래 ‘유퀴즈’가 쌓아올린 그 특별했던 스토리와 감동의 힘이 2022년4월20일 이후에도 유효할지는 알 수 없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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