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승리 자축하는 LG 쌍둥이들
LG 선수들이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NC와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누군가 빠져도 그 자리를 메울 선수가 보인다. 내가 빠져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유격수도 내부경쟁에 따른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두꺼워진 선수층을 강조하면서 고른 선수들이 활약하는 시즌이 될 것을 자신했다. 막강 뎁스를 앞세워 시즌 첫 8경기를 순조롭게 출발한 LG다.

골든글러브 리드오프와 4번 타자, 그리고 에이스가 없었음에도 무섭게 질주했다. LG는 홍창기, 채은성, 케이시 켈리가 정상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개막 6연승을 달렸다. 지난 10일 잠실 NC전에서 켈리가 시즌 첫 등판, 홍창기도 시즌 첫 경기를 소화하면서 승리해 시즌 전적 7승 1패를 만들었다.

지난해 찬스 메이커이자 해결사였던 홍창기가 8경기 중 7경기를 결장했음에도 LG 타선은 경기당 평균 5.12점을 뽑으며 이 부문 2위에 있다. 선발진 또한 손주영, 김윤식, 임준형이 나란히 호투를 펼치며 켈리의 공백을 메웠다. 28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기에 가능한 시즌 초반 질주다.

주장 오지환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경쟁이 이뤄진다. 이 정도면 포화 상태인 것 같다. 그만큼 뎁스가 좋아진 것”이라며 “이제는 누군가 빠져도 그 자리를 메울 선수가 보인다. 내가 빠져도 마찬가지다. 타석에 어느 타자가 나와도 출루할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만큼 강한 뎁스를 활용한 백업 플랜이 뚜렷하다.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이 쉴 때는 신예 내야수 이영빈이 유격수로 출장한다. 좀처럼 대안이 보이지 않았던 유강남의 뒤에는 허도환이 있다. 홍창기, 리오 루이즈, 문보경은 멀티포지션이 가능하다. 오는 주말 다시 실전을 소화할 계획인 채은성 또한 1루수와 우익수를 두루 맡는다. 이처럼 백업 외에 주전 야수들도 멀티포지션을 소화하면서 144경기 내내 수준급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마운드도 그렇다. 캠프부터 5선발 경쟁을 했던 손주영, 김윤식, 임준형이 성장세를 보인다. 2군 캠프에서 올해를 시작한 최동환이 2020년처럼 던지며 불펜진은 다시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를 지웠다. 선발투수들이 매 경기 호투한 것은 아니었으나 선발과 불펜이 조화를 이루며 경기당 평균 2.5점만 허용하고 있다.

즉 재료는 충분하다. 관건은 조합이다. 지난해 투수진처럼 야수진도 과감한 운영이 필요해보인다. 지난해에도 LG는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를 지운 채 폭넓게 중간투수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김대유, 이정용, 백승현이 필승조로 올라섰다. 진해수와 최성훈도 이전보다 부담을 던 채 시즌을 완주했다. 자연스럽게 양질의 불펜진을 구축했고 고우석은 오직 9회에만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 야수진은 베테랑 의존도가 높았다. 김민성과 서건창은 타격 페이스가 하향세임에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문보경, 이영빈, 이재원, 문성주 등 신예 야수들도 꾸준히 출장했으나 투수진처럼 야수진 운영이 과감하지는 않았다. 올해는 대체할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 외국인 내야수 루이즈가 티석에서 궤도에 오르면 김민성, 서건창 의존도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외야에도 문성주, 송찬의, 그리고 2군에서 대기 중인 이재원 등 젊은 대체 자원이 많다.

올해 LG는 이례적으로 등록선수 명단에 64명의 이름을 올렸다. 등록선수 명단 정원은 65명이다. 보통 적게는 60명, 많아도 62명을 등록선수 명단에 넣는다. 지금은 육성선수 신분이지만 시즌 중후반 1군에 합류할 수 있는 선수, 혹은 군전역을 앞둔 선수를 고려해 여유 공간을 둔다. 등록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1군 무대에서 뛸 수 없다.

하지만 LG는 10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를 등록시켰다. 이를 두고 류지현 감독은 “등록선수 명단에 여유를 두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시즌 중 2군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선수를 1군에 올릴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1군에 써야할 선수들을 확인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 올린 선수 64명 중 뺄 선수가 하나도 없다고 판단했다. 시즌 중 군입대를 생각하는 선수도 있어 일단은 딱 한 자리만 남겨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64명이 모두 1군 무대에 오를 수는 없다. 그래도 보통 한 시즌 동안 50명 이상의 선수가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다. 과감하고 다채로운 운영으로 뎁스 효과를 극대화한다면 지난해보다 기복없는 시즌을 보낼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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