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이 8일 오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 경기를 앞두고 경기가 열릴 메인 링크에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베이징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앳된 소년 외모’는 4년 전과 같았지만 연기는 확연히 농이 익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21·고려대)가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물오른 연기를 펼쳤다.

차준환은 8일 중국 베이징 캐피탈 인도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4.30점, 예술점수(PCS) 45.21점으로 합계 점수 99.51점을 받았다. 지난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쇼트 프로그램 개인 최고점(98.96점)을 경신했다. 사상 첫 100점에 0.49점이 모자랐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29명 출전 선수(코로나19 1명 기권) 중 4위를 기록한 그는 24명에게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확보했다.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곡인 ‘페이트 오브 더 클락메이커(Fate of the Clockmaker)’ 선율에 맞춰 연기한 그는 첫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해냈다. 이어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무난하게 처리했고 플라잉 카멜 스핀으로 숨고르기했다. 이어 마지막 점프 트리플 악셀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연기를 끝낸 차준환은 ‘소년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베이징 | 연합뉴스

차준환은 만 17세이던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아 한국 남자 싱글 최고인 15위를 기록했다. 두 번째 올림픽에서 ‘톱10’ 진입을 그렸는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점인 273.22점으로 우승하며 자신감을 품었다. 당시 4회전 점프인 쿼드러플 살코를 두 차례 모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쿼드러플 살코는 기본배점 9.70점, 쿼드러플 토루프는 9.50점으로 높은 난도다. 트리플(3회전) 점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차준환은 쿼드러플 살코를 주무기로 베이징 대회에 승부를 걸었다. 전날 보조링크에서도 이 기술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마침내 쇼트 프로그램에서 완벽에 가깝게 소화했다. 반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하뉴 유즈루(일본)는 쿼드러플 살코에서 실수를 범하면서 95.15점(8위)에 그쳤다. 차준환은 10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쿼드러플 살코와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는 경기 후 “떨렸지만 스스로 믿고 연기를 잘 수행한 듯하다”며 “(경기 전) 결과를 생각보다 4년 만에 올림픽이니까 이 순간을 더 즐겨보자고 했다. 그 결과 시즌 베스트 성적이 나왔다”고 만족해했다.

이날 미국의 네이선 첸은 쿼드러플 플립 트리플 악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등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113.97점으로 라이벌 하뉴가 보유한 세계 기록(111.82점)을 경신하며 1위에 올랐다.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가 108.12점으로 2위, 우노 쇼마가 105.80점으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차준환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맏형’ 이시형(22·고려대)은 트리플 러츠와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하다가 빙판에 넘어졌다. 쿼드러플 살코도 착지가 흔들렸다. 그는 쇼트프로그램 개인 최고점인 79.95점에 크게 미치지 못한 65.69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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