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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2021 어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LA |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전인미답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방탄소년단에게 병역특례를 적용해주자는 여론에 힘입어 발의된 ‘BTS 법안’이 결국 무산됐다.

병역특례자의 기준과 형평성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만들어진 법안인 만큼 심의 통과가 쉽지 않으리라 봤는데, 결국 개정안 심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는 25일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이 군입대 대신 봉사활동 등으로 병역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결국 법안 의결은 보류됐다.

방탄소년단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결론이지만 이제 막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는데 의의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등장하기 전까지 병역특례제도의 대상에는 대중문화예술 종사자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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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2021 어메리칸 뮤직 어워즈(AMA)에서 콜드플레이와 함께 노래하고 있다. LA | 로이터연합뉴스

기존의 병역특례제도는 국내외 특정 예술경연대회 입상자나 올림픽·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등에게만 대체복무가 허용됐다. 이들에게 병역특례가 적용된 이유는 해외에 국가의 명예를 떨쳤다는 ‘국위선양’의 의미가 담겼다.

1973년 병역특례제도가 만들어지던 당시에는 한국에서 한국어로 노래하는 대중문화예술종사자가 국위를 선양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도 없던 시대였다. 한국가수가 미국 3대 음악시상식 AMA ‘올해의 아티스트’상을 수상하고, MTV 유럽 뮤직 어워즈에서 ‘최우수 팝 아티스트’에 오르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국방위는 이날 회의를 거치며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에 대해 여야는 물론 의원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확인했고, 앞으로 공청회 등 공론화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누군가에게는 방탄소년단의 업적이 축구스타 손흥민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일군 업적 그 이상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거기 못 미칠 수 있다. 법은 사회구성원의 합의를 명문화하는 만큼 새로운 상황에 대한 합의에는 지난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날 국방위에서는 병역특례에 관한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뤄졌다. 현행 병역특례 제도의 불공정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관할 병무청이 병역특례 제도개선에 검토가 부족하다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BTS법을 둘러싼 입법기관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방탄소년단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대중문화가수가 가본 적 없는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결국 BTS법은 대중문화가수의 국위선양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낼테고,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첫 걸음을 시작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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