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라두카누
엠마 라두카누. 뉴욕|A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김경무전문기자] 세계 150위, 2002년생(만 19세)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챔피언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다.

오는 11월13일 만 19세가 되는 라두카누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우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US오픈 테니스 챔피언십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73위로 왼손잡이 만 19세인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를 2-0(6-4 6-3)으로 꺾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라두카누 우승트로피
라두카누가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라두카누(1m75)는 1968년 시작된 오픈시대(Open Era) 이래 처음 ‘예선통과자’(qualifier)로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른 선수 기록을 세웠는데, 우승까지 차지하며 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썼다. 예선 3경기를 포함해 1라운드(128강전)에서 7라운드(결승)까지 10경기 동안 단 1세트도 내주지 않고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타이틀을 거머쥐는 대업을 달성했다. 우승상금 250만달러(29억2500만원).

영국 선수가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77년 윔블던의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44년 만이다. 라두카누는 두달전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2021 윔블던 여자단식 16강에 오르기 전까지는 세계 336위에 불과한 무명선수였다. 2002년 11월13일 캐나다 토론토 태생으로 아버지는 루마니아, 어머니 중국인이다.

레일라 페르난데스
레일라 페르난데스.뉴욕|AP 연합뉴스

WTA 투어 여자단식 1회 우승경험이 있는 레일라 페르난데스는 시드없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 3라운드(32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오사카 나오미(일본)를 2-1로 잡는 등 ‘자이언트 킬러’로 돌풍을 일으켰으나 결승 문턱을 넘지 못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4라운드에서 3차례 그랜드슬램 챔피언 안젤리크 케르버(독일), 5라운드에서 5번 시드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 6라운드에서 세계 2위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를 각각 2-1으로 연파한 바 있다.

레일라 페르난데스(1m65)는 2002년 9월6일 몬트리올 태생으로 아버지는 에콰도르, 어머니는 필리핀 출신이다. 10대들이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맞붙기는 1999년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의 대결 이후 처음이다.

엠마 라두카누와 레일라 페르난데스
경기 전 엠마 라두카누(오른쪽)와 레일라 페르난데스. 뉴욕|AFP 연합뉴스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는 지난 2018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 2라운드에서 처음 격돌했는데 라두카누가 2-0(6-2 6-4)로 이긴 경험이 있다.

라두카누는 이날 1세트에서 페르난데스를 맞아 게임스코어 2-0으로 앞서 나갔으나 곧바로 반격을 허용해 2-2가 됐다. 이어 3-3, 4-4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라두카누는 게임스코어 5-4, 페르난데스의 서브 때 듀스 접전 끝에 강력한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샷으로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1세트를 가져갔다. 그는 페르난데스의 두번째 서브가 약한 점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라두카누는 2세트에서는 1-2, 2-2로 맞서다 내리 3게임을 따내며 5-2로 앞섰다. 이어 상대 서브게임을 몇차례 듀스 접전 끝에 내주며 5-3이 됐으나, 자신의 서브게임을 따내며 1시간51분 동안의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마지막 9번째 자신의 서브게임에서는 여러차례 듀스에서 게임을 내줄 위기로 맞았으나, 결국 서브 에이스를 네트에 꽂아넣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관중 가득 찬 아서 애시 스타디움
여자단식 결승전이 열린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관중들이 꽉 들어차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경기 뒤 라두카누는 스탠드로 가서 가족, 코치진 등와 함께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반면 페르난데스는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페르난데스는 9번째 상대 서브게임 때 40-30으로 추격을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으나, 라두카누가 수비를 하다 오른 다리에 피를 흘려 메디컬 타임아웃이 선언됐고, 결국 경기가 잠시 중단돼 경기흐름이 바뀌면서 패한 게 무척 아쉬운 듯했다. kkm100@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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