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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김포=배우근기자] 2020도쿄패럴림픽 취재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6일 오후 귀국했다. 그러나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본을 떠나며 코로나19음성 확인서를 받았지만 국내의 재검역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취재진은 입국 과정에서 체온검사 후 패럴림픽 참가확인서, 격리면제서(활동계획 및 방역계획 포함)를 제출했고 질병관리청의 자가진단앱, 행정안전부의 자가격리자안전보호앱을 휴대폰에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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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일본 나리타 공항 입국에 비하면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방역복으로 온몸을 감싼 의료인 및 행정직원들이 능숙하게 도와주었다. 휴대폰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앱을 직접 다운로드해 사용법까지 알려주기도 했다. 방역용 니트릴 장갑을 끼고 있는 그들의 손은 땀에 젖어 있었다.

일본에선 공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한국은 공항이 아닌 격리시설로 이동해 검사한다고 했다. 빨리 공항을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리타에선 공항을 빠져나오는데만 대여섯시간이 걸렸다(관련기사-‘형식미’ 가득한 패럴림픽 방역으로 본 일본의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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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함께 입국한 대표팀 선수들과는 다른 동선으로 움직였다. 대표팀은 별도 창구를 통해 신속하게 입국 심사 후 이천선수촌으로 향했다. PCR(유전자증폭)검사도 그곳에서 한다고 했다.

공항내 절차를 1시간만에 마친 취재진은 경찰의 인도하게 게이트 한켠에 집합했다. 우리에게 배정된 격리시설은 김포에 위치한 마리나베이호텔. 검색해 보니 ‘휴업중’이라고 나왔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격리시설로 운영하는 듯.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공항내 이동은 불가했다. 일본에서 사용한 와이파이도 경찰이 수거해 대신 반납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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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20분 만에 버스가 도착했고, 취재진은 두 대의 버스에 나눠탔다. 2좌석에 1명씩 앉기에 공간은 충분했다. 나리타공항의 TM(미디어버스)이 취재진을 빈자리 없이 꽉꽉 채웠던 것과 비교된다.

40분을 달려 격리시설에 도착하니 그곳은 마치 영화 ‘컨테이전(2011년)’의 한 장면 같았다.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어둠이 내려앉은 호텔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외계인과 접촉하는 영화 ‘컨택트(2016년)’도 떠올랐다.

버스에서 내린 취재진은 호텔 1층의 작은 홀로 이동해 컨디션을 또 체크했다. 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도 확인받았다. 방역관계자는 마지막으로 방 키와 함께 사발면 하나를 건넸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가 넘었다. 야식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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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된 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창 밖으로 경인아라뱃길과 전호대교가 보였다. 격리기간 동안 바깥세상과 통하는 하나의 창이다. 일본에선 4일간 격리중에도 외부 출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곳에선 방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1박 2일의 짧은 격리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컵라면을 먹기 전에 방에 비치된 생수를 끓여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드립 커피도 준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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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오전 8시, 아침 도시락 배달과 PCR검사를 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방문 앞에 작은 테이블이 하나씩 놓여있는데, 그곳에 도시락이 올려져 있었다. 아침 메뉴는 주먹밥, 튀김, 달걀부침, 옥수수 수프, 밤과자, 과일, 요플레, 망고주스였다.

PCR 검사는 의료진이 일일이 방문해 진행했다. 노크 소리에 방 문을 열었고 곧이어 면봉이 코 깊숙이 들어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두엽까지 휘젓는 고통이 몰려왔다. 더 깊이 찌를수록 정확한 검체 채취가 된다고 믿었다. 결과는 오후 6시까지 나온다고 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오면, 퇴소는 오후 7시다. 퇴소 방법은 세 가지다. 자가용 이용과 방역택시, 그리고 정부에서 제공하는 방역버스다. 버스는 서울역과 강남역까지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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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내 밀린 업무를 처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격리시설 맞은편에 요트 수리소가 있었다. 서른척 정도의 요트가 보였다. 점심 도시락은 아침보다 사이즈가 컸다. 밥, 미역국, 두부, 튀김, 김치, 버섯, 미역, 콩, 망고주스였다.

방에만 머무니 점점 좀이 쑤셨다. 가슴이 답답했다. 소화도 안되는거 같아 좁은 방이지만 도어에서 창문까지 왔다갔다 걸었다. 오랜만에 친지에게 전화도 했다. 일주일만 이렇게 갇혀 살면 사람 목소리가 마냥 반가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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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저녁 배달이 왔다. 오징어 제육볶음, 무조림, 어묵, 콩자반, 묵무침, 시금치된장국, 사과주스. 저녁 도시락이 가장 컸다. 곧이어 전화벨이 울리며 “PCR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알려준다. 이제 능동적 감시 대상자로의 전환이다.

하늘이 가뭇해지는 오후 7시. 서울역 행 방역버스에 몸을 실었다. 리무진 버스였다. 1박 2일의 짧은 격리는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될거 같다. 현재 가동중인 정부의 방역 시스템의 한 면을 체험할 기회였다. 허술했던 일본의 격리 시스템과 비교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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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스포츠 종목이 성적 향상을 위해 매달리는게 ‘시스템’ 구축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은 좋은 성적을 장기간 보장한다. 단장이나 감독이 교체될 때마다 매뉴얼이 바뀌는 팀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내더라도 반짝하고 만다.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도 좋은 시스템을 갖춘 팀이 좋은 성적을 냈다.

마지막으로 고생하는 방역관계자와 의료진에게 감사 인사를 드린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힘껏 날아오른 대표팀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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