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MBC가 연이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박성제 사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전세계인의 축제 2020 도쿄올림픽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일년의 연기 끝에 지난 23일 개막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현재진행형이다 보니 어느때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 와중에 MBC가 찬물을 끼얹는 중계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MBC는 지난 23일 생중계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국가를 소개하며 첨부한 사진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MBC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국가 소개 사진으로 체르노빌 원전 사진을 사용하는가 하면, 엘살바도르 선수단이 입장할 땐 비트코인 사진, 아이티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폭동 사진을 내보내 충격을 안겼다. 실시간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MBC는 방송 말미에야 “우크라이나, 아이티 등 국가 소개 시 부적절한 사진이 사용됐다”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해당 국가와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비판이 계속 됐다.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는 SNS를 통해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도 넣지 그랬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설상가상 논란은 계속됐다. 지난 25일 진행된 남자 축구 B조 예선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 중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 것. 경기는 4대0으로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첫 골의 포문은 전반 라즈반 마린의 자책골이었다. 이를 두고 MBC는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자막으로 또 한번 실망감을 안겼다. “사과하겠다”던 다짐은 채 3일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여론마저 싸늘하게 돌아섰다. 중계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는 등 MBC를 향한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누리꾼들은 루마니아 축구협회 홈페이지를 찾아 사과를 건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MBC 그래픽

여론을 의식한듯 MBC는 26일 오후에야 박성제 사장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과정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갑자기’라는 변수는 이해하지만, 기자회견 방식을 두고도 방식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취재진들은 혼선을 빚어야했다. 안내장 역시 몇몇 매체에만 소식이 전달된 탓에 입장에도 문제가 생겼고, 내부 관계자들 역시 연락이 닿지 않았다. MBC가 정녕 제대로 된 사과를 건넬 생각이 있는지 조차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이날 박성제 사장은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저희 MBC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서 “지난 주말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 대대적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열심히 대회를 준비한 선수들, 스태프들, 캐스터, 해설진의 노력까지 빛을 잃게 했다. 지상파에서 모두 주요 경기를 중계하며 선택권도 넓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MBC의 처사 후에는 등 돌린 대중만 존재할 뿐이다. 8월 8일까지 계속되는 올림픽 레이스에서 MBC가 잃어버린 신뢰감을 되찾을수 있을까. 이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연합뉴스, MBC, 루마니아 축구협회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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