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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광화문 본사 앞 트럭에 담긴 쌍둥이 등록 반대 메시지.정다워기자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흥국생명의 무리한 선택은 결국 사과로 이어졌다.

흥국생명은 30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 등록에 대한 구단 입장을 발표했다. 말이 입장문이지 사과문이었다. 그것도 구단주인 박춘원 흥국생명 대표이사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보냈다.

박 대표이사는 입장문을 통해 “이재영, 이다영 선수의 학교 폭력과 관련하여 배구를 사랑하시는 팬들께 실망을 끼친데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 “학교 폭력은 사회에서 근절되어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구단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구단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다. 구단은 지난 2월 두 선수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무기한 출전 정지를 시킨 바 있다. 구단은 학교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고 깊이 인식하고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하였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구단은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미등록하기로 했다.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염려를 끼친데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며 두 선수의 등록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흥국생명 김여일 단장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김 단장은 지난 22일 이사회에서 선수 등록 마감일에 맞춰 두 선수를 등록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선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지난 2월 내린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는 유효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등록을 해야 두 선수를 뛰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문제는 흥국생명이 여론의 반대를 너무 우습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당시 두 선수가 일으킨 사건의 파장은 상당했다. 배구계를 넘어 체육계, 나아가 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두 선수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는 사과문을 SNS에 올려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곧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측에 소송을 걸었다. 사과문도 SNS에서 사라졌다. 첫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학교 폭력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면 모르겠지만 인정한 후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여기에 이다영이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은 더 거세졌다.

결국 흥국생명 광화문 본사를 비롯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쌍둥이 등록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온라인에서도 흥국생명의 결정을 성토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불과 29일까지만 해도 흥국생명은 여론을 무시하고 등록을 강행할 것 같았다.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입장문을 발표한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돌연 발송을 취소했고,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마침내 등록 마감을 앞두고 흥국생명은 전향적인 태도로 결정을 되돌렸다.

흥국생명의 무리한 선택은 결국 구단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사과는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졌다. 세상이 상식 없는 결정에 얼마나 거세게 저항하는지,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지를 제대로 확인한 사건이었다. 흥국생명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가 깊이 새겨야 할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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