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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아듀’ 김도훈, 아름다운 이별이다.

울산 현대는 19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후 김도훈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된 가운데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김 감독이 “마지막 경기”라고 공언한 대로다. 아시아 트로피를 손에 넣은 만큼 울산도, 김 감독도 홀가분하게 작별할 수 있게 됐다.

울산과 김 감독의 4년 동행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김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2017년 FA컵을 안겼지만 세 시즌간 국내 무대에서 무관에 그쳤다. 2019년에는 꾸준히 K리그1 선두를 지키다 마지막에 미끄러져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에도 시즌 내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도 라이벌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밀려 2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설상가상 FA컵에서도 전북에 패하면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국가대표 다수를 보유하며 초호화 스쿼드를 꾸린 울산 입장에서 세 번의 실패, 실수, 그리고 눈물은 쓰라린 결과였다. 김 감독도 “축구가 즐거워야 되는데 준우승을 두 번 하다 보니 즐겁지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성과를 올리지 못한 가운데 김 감독은 아예 ACL을 포기하려 했다. 카타르에 함께 가지 않을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울산의 설득에 김 감독은 마지막 여정을 떠났다. 마음을 다잡은 김 감독은 선수단을 독려하며 동기부여를 했고, 새로운 분위기로 ACL을 소화했다. 결국 카타르에서 치른 조별리그 5경기, 토너먼트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에도 김 감독은 부채 의식을 다 씻지 못한 모습이었다. 홍철이 우승 확정 후 자신의 SNS 라이브를 통해 ‘팬에게 한 마디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감독은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대단한 성과를 냈음에도 K리그1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여전히 마음 속에 담아둔 것이다.

김 감독은 “카타르에서 우리 선수들과 즐겁게 축구했다. 축구가 즐겁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즐거움은 축구가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예술”이라면서 “울산에서의 4년에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결과가 좋을 때나 그렇지 못할 때나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울산 구단의 건승을 빌고, 응원하겠다”는 작별 인사를 남겼다.

울산과 결별하지만 ACL 우승은 김 감독에게도 큰 커리어로 남을 게 분명하다. 김 감독은 아직 40대로 앞으로 지도자로 일할 날이 많이 남아 있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아시아 정상에 오른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편 2020시즌을 가장 늦게 마친 울산은 새 감독을 선임하고 새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당장 다음해 2월 초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이 열리기 때문에 발빠른 행보가 필요해 보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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