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불명예스럽게 태극마크를 내려놓은 ‘멀티 수비수’ 장현수의 공백을 원두재(울산)가 메울 것인가.
원두재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3세 이하(U-23)대표팀(올림픽팀)과 스페셜 매치 1차전에서 권경원과 중앙 수비를 책임졌다. 팀은 2-2로 비겼지만 성인국가대표 데뷔전에서 센터백으로 깜짝 선발 출격해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 눈도장을 받았다. 비록 국가 간 겨루는 정식 A매치는 아니었으나 ‘벤투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올림픽팀 주력 수비 자원이기도 한 그는 K리그1 활약을 바탕으로 이번에 성인 대표팀에 합류했다. 원두재는 올 시즌 K리그1 선두를 달리는 울산 전술의 핵심 요원으로 꼽힌다.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지만 2선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의 최우선 덕목인 상대 공격 일차 저지선 구실을 완벽에 가깝게 해내고 있고 빌드업에서도 공격 시발점 노릇을 하고 있다.
원두재의 기대대로 이날 ‘벤투호 데뷔전’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포지션이 수비형 미드필더 아니라 센터백이었다. 중앙 수비를 책임지며 이주용, 권경원, 김태환과 함께 포백 요원으로 나섰다.
원두재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모두 유연하게 소화하는 자원이다. 2017년 J2리그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일본 무대에서는 센터백으로 자주 뛰었다. 그러다가 올해 울산에 입단한 뒤엔 수비형 미드필더를 주포지션으로 두고 있고, 올림픽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그가 중앙 수비 요원으로 뛴 건 지난 2월 FC도쿄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지난달 전북 현대와 K리그1 경기다. 당시 울산이 스리백 전술을 가동할 때 포어리베로로 중앙 수비 역할을 한 적이 있다.
벤투 감독이 원두재를 센터백으로 ‘우선’ 실험한 건 현재 팀 내 상황과 맞물려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은 원두재 외에 이날 선발로 나선 손준호나 주세종 등도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다만 센터백은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박지수(광저우 헝다) 등 기존 벤투호에 부름을 받았던 주력 요원 대부분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다. 이번 엔트리에서도 A매치 경험을 지닌 건 권경원과 정승현 정도다.
그럼에도 원두재가 소속팀에서도 주전급 센터백인 정승현을 제치고 이날 권경원과 선발로 짝을 이룬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벤투 감독이 평소 리그를 관전하면서 원두재의 수비 재능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원두재는 리그 수비 지표 중 상대 슛 블록만 하더라도 15개로 미드필더 자원으로는 유일하게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슛 블록은 대부분 최후방 수비수가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원두재는 공격으로 나가는 패스 성공률도 90%에 육박하는데 그만큼 2선 뿐 아니라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에 기여하는 면이 크다.
현재 A대표팀에서는 센터백 네 번째 옵션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원두재가 이 옵션을 메우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제 몫을 하면 2년 전 병역특례 봉사활동 증빙 서류 조작 사건에 휘말리며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받은 장현수의 공백을 실질적으로 메울 것으로 보인다. 장현수는 벤투 감독 뿐 아니라 전임 감독 시절에도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풀백까지 오가면서 수비진의 멀티 자원으로 활약한 적이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포토] 원두재 \'가볍게 뛰어올라\'](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20/10/09/news/202010090100042440002969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