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키움 이지영. 2020. 8. 13.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키움 베테랑 이지영(34)은 매사에 군더더기가 없는 편이다. 올시즌을 앞두고 여러 선수가 프리에이전트(FA)계약을 했는데, 리그 1호 계약자가 이지영이었다. 그는 구단과 크게 밀당없이 도장을 찍었다. 조금더 욕심을 내볼만 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며 계약을 마치고 곧장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어린 투수들이 많은 소속 구단의 특성상, 후배 투수진을 이끌어야하는 부분도 많은데, 크게 나서지 않으며 조화를 이룬다. 그의 넉넉함은 지난 겨울 유기견 보호소에서의 봉사활동에서도 드러난다. 김웅빈, 양현, 안우진, 박주성, 이영준, 윤정현, 김성민, 김선기 등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봉사에 동참했다.

[포토]\'9회말 2루타로 포문 열어\' 전병우
배터 박스 앞쪽에서 타격하는 이지영. 2020. 6. 16.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타석에서도 깔끔하다. 간결한 타격폼으로 홈플레이트 쪽에 붙어 스윙한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조금이라도 투수 공을 오래 보기 위해 배터박스 뒷라인을 밟는 것과 대조된다. 타석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이지영은 30일 고척 삼성전에서 3안타 3타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경기 후 이지영은 자신의 타석 위치에 대해 “내가 홈플레이트에 많이 붙고, 또 앞으로 가서 치는 편이다. 투수들의 투심패스트볼이나 변화구가 좋아진 탓에 휘어나가기 전에 치기 위해서다. 앞으로 나간다고 방망이가 늦거나 타이밍이 안맞진 않는다”라고 태연하게 설명했다.

투수는 한뼘이라도 타자쪽으로, 반대로 타자는 한발이라도 투수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애쓰는데, 이지영은 크게 개의치 않는 표정이다.

[포토]이지영 \'새내기들 잘하는데\'
포수 이지영이 자체 청백전 6회초 수비교체를 하며 박동원에 미소짓고 있다. 2020. 3. 22.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30일 경기에선 이지영이 안방을 지켰지만, 키움은 포수 부자 구단이다. 이지영 뿐 아니라 박동원, 주효상이 번갈아 포수 마스크를 쓴다. 체력 안배라는 장점이 있지만 컨디션 조절엔 어려움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지영은 “지난해에도 이렇게 역할분담을 하며 뛰었다. 어느 투수와 나가는지 아니까 어디에 맞춰 몸을 준비할지도 안다. 나쁘지 않은거 같다. 힘이 남는거 같고 출전하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어떻게 보면 욕심이 적은 듯 보이지만, 돌아보면 올겨울 FA승자 중 1명이 이지영이었다. 타석에서도 장타력이 있는 박동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고타율(0.321)을 자랑한다.

늘 긍정적인 이지영의 역발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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