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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영플레이어 대세’로 떠오른 포항 스틸러스 ‘3년 차’ 미드필더 송민규(21)는 김기동 감독이 오래전부터 찍은 재목이다.
송민규가 충주상고 3학년이던 지난 2017년에도 포항 수석코치를 맡았던 김 감독이 꾸준히 눈여겨봤고 구단에 강력하게 추천했다. 마침내 포항 테스를 거쳐 2018년 고졸 신인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그는 첫해 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지난해 출범한 김기동 체제에서 27경기(2골3도움)를 뛰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김 감독은 송민규가 현대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여긴다. 그중 공수 전환 속도와 더불어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 폭넓은 활동량과 스피드는 김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에 들어맞는다. 지난해 송민규를 초반부터 기용하면서 “골 못 넣어도 되니까 열심히만 뛰어달라”고 말한 이유다. 제자가 기대 이상으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인지 김 감독은 지난해 막바지 “골은 언제 넣을 거냐”고 말을 바꿨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송민규가 스승의 믿음에 보은이라도 하듯 올 시즌 ‘골도 잘 넣는’ 만능 미드필더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5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시즌 K리그1 10라운드 성남FC와 원정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포함, 2골 1도움 원맨쇼를 펼치면서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달 26일 광주FC전에서도 골 맛을 본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2경기 연속골이자 멀티골을 쏘아올렸다. 올 시즌 초반 10경기에서만 4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프로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기록을 가볍게 경신했다. 프로 데뷔 3년 차로 올 시즌까지 영플레이어상에 도전할 자격을 지닌 그는 목표대로 순항 중이다. 누구보다 다부지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희생하는 플레이로 선배들의 지지도 얻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는 송민규가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마지막 해인 만큼 두 자릿수 득점 달성을 위해 지원 사격까지 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렇게 행복한 프로 3년 차를 보내는 송민규는 성남 원정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전반 22분 역습 기회에서 심동운의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가볍게 수비를 따돌린 뒤 번개 같은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미사일처럼 날아간 공은 상대 베테랑 수문장 김영광이 몸을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어 전반 추가 시간엔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일류첸코의 추가골을 도왔다. 상대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포도 그의 몫이었다. 후반 5분 일류첸코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성남 수비수 이태희를 벗겨낸 뒤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날 득점 장면 외에도 빠른 측면 돌파와 예리한 크로스로 공격의 엔진 구실을 한 송민규다. 그런 그가 득점 기회에서도 노련한 골 결정력을 뽐내면서 ‘왜 김기동이 찍은 남자’인지를 스스로 증명했다.
포항은 송민규의 불꽃 같은 활약 속에 후반 21분 팔라시오스의 네 번째 골까지 터지면서 4-0 완승, 성남을 KO시켰다. 승점 19(6승1무3패·21골)를 기록한 포항은 대구FC(승점 19·21골)에 골득실에서 뒤져 5위를 유지했다. 반면 성남은 올 여름 임대로 합류한 나상호가 3경기 만에 처음으로 선발진에 합류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리그 6경기 연속 무승(1무5패) 부진에 빠진 성남은 승점 9(2승3무5패)로 11위에 머물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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