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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올해 여름 이벤트로 선보이는 ‘서머레디백’. 공개 직후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순식간에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처 | 스타벅스

[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고 문화를 파는 곳’이라는 말처럼 스타벅스는 브랜드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커피 17잔(일반 음료 14잔+미션 음료 3잔)을 마시면 사은품을 증정하는 ‘e-프리퀀시’ 이벤트는 매년 스타벅스 마니아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는데 올해는 그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이벤트 첫날부터 17잔을 구매한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급기야는 사은품을 받기 위해 300잔을 주문하고 커피음료는 버린 채 사은품만을 받아간 이까지 나타났는데 모두 올해의 사은품인 ‘서머레디백’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굿즈 열풍의 이면에는 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리셀러’(Reseller)라는 일그러진 소비행태가 숨어 있다. 스타벅스가 좋아서, 스타벅스 커피가 좋아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스타벅스 팬들이 갖고 싶어하는 욕망을 이용해 상품을 싹쓸이한 후 고가에 재판매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이 리셀러들과 스타벅스 마니아들의 사은품 경쟁으로 인해 ‘서머레디백’이 조기 품절됐고 추가로 들어오는 수량 역시 바로 바로 매진되고 있다.

서울 남부터미널 역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은 “서머레디백이 언제 들어올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추가로 입고되더라도 수량이 많지 않아 매장 오픈 1시간이면 동이 난다”고 말했다.

위메프
위메프에 올라온 스타벅스 ‘서머레디백’ 가격. 가격이 없는 사은품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다.  출처 | 위메프

지마켓
지마켓에 올라온 스타벅스 ‘서머레디백.  출처 | 지마켓

그렇다면 그 많은 서머레디백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답은 온라인 쇼핑몰에 있다. 위메프, 쿠팡, 네이버쇼핑, 지마켓, 11번가 등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그것도 사은품을 받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음료 가격의 총합보다 훨씬 비싼 가격표를 달고.

실제 오픈마켓들을 통해 확인해 본 스타벅스 사은품의 가격은 8~14만원 상당이다. 기자가 찾아본 사례 중에는 20만원에 가까운 가격표도 있었는데 그 이상의 가격으로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 굿즈를 갖고 싶어하는 이들의 팬심을 이용해 가격표가 없는 사은품을 고가에 판매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이런 사은품의 경우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시장에서 주로 개인 간 거래로 이뤄졌지만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은 사업자들이 대규모로 구한 뒤 중고거래 시장이 아닌 오픈마켓에 올리면서 리셀러 상품 판매 출구를 확장시켰다. 그러다 보니 정작 스타벅스 이용자들은 가방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오픈마켓에서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개인이 올리는 상품이고 가격도 개인이 책정해 올리는 것일 뿐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법으로 사은품 재판매에 대한 규정이 있지 않는 한 개인이 올리는 것을 제재할 수 없다. 가격 역시 개인의 재량이므로 비싸다고 판단되면 구입하지 않는 것 외에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워낙 반응이 뜨거워 빠르게 품절됐지만 주 2~3회씩 지속적으로 서머레디백을 공급하고 있다. 또 스타벅스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분들에게 최대한 사은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판과 희귀 아이템이 증가하면서 리셀 시장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희귀 한정판이 아니라 이벤트 상품 대부분이 리셀러에게 돌아가면서 팬들을 위해 이벤트를 고심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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