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40만명의 목소리가 법원을 움직였다.

아동과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담당판사가 30일 전격교체됐다. 국민청원으로 담당판사가 교체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서울중앙지법은 n번방 사건의 피고인으로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이모(16) 군 담당 재판부를 오덕식 부장판사가 맡은 형사20단독에서 해당 재판부의 대리부인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으로 재배당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은 “국민청원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담당 재판장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며 “이에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위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오 판사의 이름이 일반에 처음 알려진 건 지난 2018년 가수 故구하라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 사건 재판에서부터다. 당시 구하라는 최씨를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불법촬영), 상해, 협박, 재물손괴 등의 혐으로 고소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두 사람이 교제 중 촬영한 영상을 언론사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으나, 문제의 영상은 피해자가 스스로 찍었고, 피고인도 이를 실제 유포하지 않았다”면서 “후에 구하라가 관련 영상을 삭제했지만 이를 몰래 찍었다고 볼 수 없다”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검찰과 최씨는 모두 재판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지난해 11월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지만, 형사사건인 만큼 관련 항소심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이후에도 오 판사는 지난해 8월에는 故 장자연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지난해 11월 결혼식장 바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3년간 불법촬영 범죄를 저지른 사진기사에 대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됐다.

성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남발해온 오 판사가 피고인이 남자 미성년자인 n번방 사건을 다시 담당하게 되자 재판배제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어났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N번방 담당판사 오덕식을 판사자리에 반대, 자격박탈을 청원합니다’는 닷새만인 31일 현재 4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최종범 사건의 판결과 피해자 고 구하라의 2차가해로 수많은 대중들에게 큰 화를 산 판사다. 그 후 수 많은 성 범죄자들을 어이없는 판단으로 벌금형과 집행유예 정도로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주었던 과거들도 밝혀져 국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판사가 지금 성착취 인신매매범죄를 맡는다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사법부의 선택이 의심스럽다. 모두가 26만명의 범죄자들을 잡기위해 노력해도 결국 법이 그들을 봐주면 무슨 소용이냐”면서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국민들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그는 절대 다시는 성범죄에 판사로 들어와선 안된다”라고 청원했다.

한편 이 군의 재판을 맡았던 오 부장판사는 검찰의 기일연기로 이날 열 예정이던 첫 공판을 열지 않았다.

무려 40만명이 넘는 사람이 오 판사의 재판배제를 청원한데 이어 당일 법원에서 “오덕식 판사를 교체하라”는 시민단체의 기습시위가 벌어지자 스스로 재판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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