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서울의 외국인 선수 몰리나가 7개월의 공백을 딛고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인천과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는 몰리나.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콜롬비아 특급 용병 몰리나(34·서울)가 되살아났다. 7개월의 공백이 무색할만큼 화려하게 돌아왔다. 몰리나는 지난 5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3라운드 전남 원정경기에 나서 풀타임을 뛰었다. 1골1도움으로 서울이 기록한 2골에 모두 기여하며 2-2 무승부로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1일 전북전 이후 7개월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와 복귀전에서 공격포인트 2개를 올리며 팀을 패배에서 건져내는 에이스다운 활약을 펼쳤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갈 길이 바쁜 서울 입장에서는 몰리나의 화려한 복귀가 반갑다. 전반기 내내 극심한 빈공에 골머리가 아팠던 서울은 앞선 리그 12경기에서 한 경기 2득점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딱 한 번 있었다. 전남전 이전까지 12경기서 겨우 7득점에 그칠 정도로 득점력에 허점이 컸던 서울이었다. 그런 와중에 몰리나가 팀 전력에 가세하자마자 2골을 해결해냈다. 후반기 반격의 힘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다. 킥이 정확한 그의 가세로 김치우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왼발 프리키커 부족문제도 해결돼 세트피스도 힘을 얻게 됐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훈련 과정에서 한창 활약하던 때보다 몸상태가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던만큼 본인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몰리나는 “공백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좋은 모습을 보여 행복하다. 이제 정상적인 실력으로 돌아오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7개월만에 다시 손을 잡은 몰리나의 화려한 복귀가 반갑기는 하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는 처지다. 몰리나의 부활을 반기며 그에게 공격력 강화를 기대하는 상황 자체가 서울에겐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시작하며 ‘변화와 도전’을 가치로 내세운 서울에서 몰리나는 데얀과 아디, 하대성 등과 함께 ‘장강의 앞물결’처럼 영예롭게 물러났어야 할 선수다. 몰리나는 이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아 팀에 잔류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몸상태도 온전치 않았고, 새 시즌 구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팀 훈련도 부족했다. 결국 전반기 내내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복귀한 그가 서울의 주축이 된다는 것은 그동안 서울이 몰리나 외에 공격력을 해결할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서울이 구상했던 ‘변화와 도전’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지난달 초 브라질에 다녀왔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살펴보기 위한 브라질행이었다.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꽉 차있는 서울이 새로운 얼굴을 영입하려면 누군가 한 명을 떠나보내야 한다. 후반기의 시작과 함께 몰리나의 활약이 빛을 발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공격수 하파엘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아직 새로운 선수영입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후반기 서울은 몰리나에게 더욱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게 됐다. 서울은 과연 몰리나의 활약과 함께 팀의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선수를 길러낼 수 있을까. 서울은 6일 일본 J리그 오이타에서 활약했던 20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공격수 최정한(25)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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