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호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무사 2,3루 상황에서 1점 차로 추격하는 적시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9. 10. 23.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두산이 다시 한 번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번에도 9회말 키움 불펜진을 무너뜨리며 한국시리즈(KS) 첫 두 경기를 모두 가져갔다. 심리적으로 동요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저력을 발휘하며 목표를 이룬 채 고척돔으로 향하는 두산이다.

두산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6-5로 승리했다. 7회까지 2-5로 끌려갔고 8회말 클린업 타자들이 적시타를 터뜨리지 못했지만 9회말 하위타순이 대반전을 이끌었다. 단순히 전의만 불태워서는 승리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막바지 집중력을 앞세워 값진 승리를 거뒀다.

KS 2차전 최대변수는 송성문이었다. 전날 KS 1차전 중 촬영된 키움 송성문의 더그아웃 영상으로 인해 경기 전부터 그라운드에는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특히 두산 선수들은 영상을 돌려보며 경쟁심에 불을 붙였다. 양팀 주장인 오재원과 김상수가 물리적인 충돌로 사건이 번지지 않도록 조기진압에 나섰지만 두산 선수들은 훈련 후 라커룸을 향하며 평소와 다르게 심각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경기 초반 흐름은 정반대였다. 두산을 응원하는 관중들도 송성문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냈으나 송성문은 첫 타석부터 3루타를 날렸고 세 번째 타석에선 적시타를 기록했다. 반면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 김재호는 2회초 3루주자 송성문을 홈에서 잡으려다가 송구에러를 범했다. 김재호는 6회초에도 제리 샌즈의 타구를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해 내야안타를 내줬다. 키움이 샌즈의 내야안타를 시작으로 3점을 더한 것을 돌아보면 여러모로 아쉬운 김재호의 수비였다. 전날 통증을 느끼기 전까지 특급 수비를 펼쳤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키움의 패기에 두산이 밀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김재호를 비롯한 베테랑들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살아났다. 9회말 허경민의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오재원이 2루타, 김재호가 중전적시타를 날렸다. 이후 두산은 김인태의 희생플라이와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두산은 기억하기 싫은 2007년 KS와 깨끗하게 이별했다. 당시 두산은 SK와 KS에서 문학 1·2차전을 모두 승리하고도 4연패를 당하며 고개숙였다. KS 1차전에서 두산 리드오프 이종욱은 SK 2루수 정근우에게 다리를 잡히는 더티플레이에 당했다. 2차전에선 주전 1루수 안경현이 몸에 맞는 볼로 시리즈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KS 3차전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웠으나 결과적으로 이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날 송성문처럼 정근우는 잠실구장에서 거센 야유를 받았지만 오히려 타격감을 회복했다. 두산은 장점인 수비가 흔들리고 타자들이 지나치게 큰 스윙만 반복했다. 빗속에서 치러진 KS 3차전 벤치클리어링 후 멘탈과 집중력이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

두산 오재원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9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9. 10. 23.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어쩌면 이날 KS 2차전도 같은 결과가 반복될 수 있었다. 선발투수 이영하부터 KS가 가져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특히 송성문이 타석에 설 때마다 집중력을 잃었다. 그러나 두산은 2007년 KS를 경험했던 오재원이 회심의 2루타를 터뜨리며 2007년 악몽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산이 12년 전과 180도 다른 강철멘탈로 무장하며 구단 통산 6번째 우승을 향해 쾌속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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