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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정부가 지정하는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 신풍제약,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 등 보건복지부로부터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지정된 일부 업체에서 사회적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도는 국내 제약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운영돼왔다. 크게 ▲연구 투자규모 ▲연구개발 혁신성 ▲연구성과 우수성 ▲윤리성·투명성 등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받으면 국제공동연구 등 국가 연구개발 우선 참여, 조세 특례 등을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12월 코오롱생명과학은 ‘제4차 2018년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개발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후속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등의 성과를 갖고 있는 것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인보사는 국내 허가사항과 다른 성분으로 제조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조작은폐’ 가능성과 함께 지난 7월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와 코오롱생명과학 형사고발 등을 취했다. 품목허가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이 제기된 상황이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국내 인보사 판매를 실상 포기한 상태다.
이에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을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지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인증이 취소되지 않을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은 2021년 12월까지 3년간 혁신형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최근 시험약물과 위약 혼용으로 신약후보물질 3상 임상시험에 사실상 실패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헬릭스미스도 혁신형제약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012년 인증제도 도입 때부터 혁신형제약기업으로 인증된 후 2015년과 지난해 2차례에 걸쳐 인증이 연장됐다. 인증 당시 보건복지부는 ‘매출규모 등은 작은 편이나 높은 기술력과 창의적 사업모델을 구축해 온 바이오벤처’로 평가했고, 헬릭스미스는 당시 함께 지정된 6개 바이오벤처 중에서도 상위 평가를 받았다.
높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로 평가됐지만,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 평가되는 약물 혼용 사고를 일으켜 주가 폭락을 경험해야 했다.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진 임상시험에서 일부 환자에게라도 약물이 혼용되면 해당 임상시험 데이터는 객관성을 갖기 어렵게 된다.
더욱이 3상 임상시험은 신약후보물질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 영향은 더욱 컸다. 헬릭스미스는 향후 임상시험에서 이같은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신약후보물질 3상 일부 데이터로 효과 입증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로 추락한 주가는 일부 회복에 그친 상태다.
최근 불법리베이트 의혹이 제기됐던 신풍제약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수년간 혁신형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해온 제약사다.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직원에게 지급하는 상여금 항목을 활용해 자금을 조성하고 의사에게 현금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간 신풍제약은 2009년 회계장부 조작해 리베이트 제공, 2013년 출처 불분명한 비자금 조성, 2016년 세무조사 후 세금 추징, 2017년 도매업체 통한 리베이트 등 수차례에 걸쳐 리베이트 의혹에 둘러싸였다.
혁신형제약기업은 정부가 여러 기준을 적용해 평가·인증한다는 점에서 공신력을 갖는다. 3년마다 재인증을 거치는 것은 이같은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례들은 혁신형제약기업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유인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에 따른 실질적 이점은 논외더라도, 최근 나타나는 여러 상황들은 상징성이나 대외적 이미지 측면에서 제도 무용론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제도 신뢰성에 금이 간다면 제약사로선 인증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가 유지된 것만 수년째인데, 퇴출 사례는 극소수에 그친다”며 “혁신성, 윤리성을 담보해주는 이미지가 갖춰질 수 있도록 재평가와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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