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_인천공항
이해인.

[인천공항=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포스트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운가?’

최근 한국 피겨 유망주 이해인(14·한강중)에게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다.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를 마친 후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사각형의 금메달을 내보이던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더 밝은 목소리의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우러러보던 선수다. 이번에도 ‘레미제라블’, ‘종달새의 비상’ 등 연아 언니의 연기를 보고 경기에 들어갔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영광이고, 기분 좋다. 예전에 다른 언니들이 인터뷰하는 게 부러웠는데, 이렇게 공항에 많이 나와주시는 것도 꿈만 같다. 내겐 이런 게 원동력이 된다.” 나이답지 않은 ‘강심장’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해인은 6차 대회 우승으로 2005년 김연아 이후 14년 만에 한국 선수로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자 리스트에 2번째 이름을 올렸다. 이어 파이널 출전, ISU 공인 200점 돌파 등 김연아가 시작한 한국 여자 싱글 스토리를 쫓아가며 김연아의 뒤를 고스란히 쫓고 있다. ‘제2의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2014년 김연아 은퇴 이후부터 지금까지 김연아를 롤모델로 한 많은 유망주가 주니어 시절에 등장했다가 시니어 무대에서 사라지곤 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피겨계 전문가들은 아직 너무 어린 선수가 과도한 주목을 받는 부분에 대해서 경계해왔다. 피겨 불모지에서 두 번 등장하기 어려운 한 천재의 대기록 릴레이가 한창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빛이 아닌 그림자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해인은 대선배의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에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 타이틀로 날개를 달겠다며 눈을 반짝이고 있다.

실제로 ‘강한 정신력’은 실제로 피겨 전문가들이 꼽는 이해인의 최대 강점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주니어인데 시니어같이 탄다는 느낌까지 받는다”고 칭찬했다. 이해인의 두 차례 우승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하며 3위로 출발했던 3차 대회에서는 앞선 선수들이 클린 연기로 프리스케이팅을 마치는 모습을 본 후 링크에 들어가 자신 역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6차 대회에서는 양일간 모든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며 스핀에서도 최고 레벨로 계산된 가산점을 모두 수확했다.

이제 이해인은 12월 초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전 세계 최고 유망주 5명과 최종 경쟁을 펼친다. 여기서까지 금메달을 따낸다면 ‘피겨 여왕’의 왕관은 이제 이해인의 차지다. 이해인은 “전부터 나가고 싶은 대회였다. 나보다 기술도 더 뛰어나고 점수도 좋은 선수들이 있지만, 마인드 컨트롤 잘 하고 부담 갖지 않겠다. 퍼스널 베스트(개인 최고 기록)세우기 위해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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