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불안한 주키치,\'오늘은 영\'
18일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LG 주키치(오른쪽)가 3회말 선두타자 이범호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차명석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이야기 하고 있다. 2013.04.18 광주|홍승한기자hongsfilm@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21세기 LG가 거둔 정규시즌 최고 성적은 2013년 74승 54패다. 당시 LG는 승패마진 플러스 20을 달성하며 2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2002년 이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며 길었던 암흑기에 마침표를 찍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LG는 2013시즌을 기점으로 마운드를 앞세운 최소실점 승리공식이 자리매김하며 두 차례 더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당시 LG의 전력이 마냥 뛰어났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상 외국인 원투펀치 한 자리를 비워둔 채 시즌을 치렀다. 레다메스 리즈와 함께 에이스 구실을 기대했던 벤자민 주키치가 극도의 부진에 빠졌고 시즌 중반 전력에서 제외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키치 교체도 이뤄지지 않았다. 투수코치였던 차명석 단장은 삼성과 치열한 1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주키치를 대신할 외국인투수 영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프런트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역대 최악의 외국인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에스마일린 카리대 영입을 고민했다가 카리대가 삼성으로 간 게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그런데 굳이 외국인투수를 밖에서 수혈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국무대 적응을 마친 KBO리그 타팀 외국인투수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게 성공 확률은 더 높다. 실제로 차 단장은 투수코치로서 프런트에 복수의 유망주 투수와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팀의 외국인투수를 받는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마침 1군 무대 첫 시즌을 치르던 NC가 외국인투수 3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아담 윌크, 에릭 해커, 찰리 쉬렉 중 해커와 찰리를 트레이드 대상으로 삼았고 둘 중 한 명이 합류한다면 삼성과 1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세웠다. 하지만 차 단장이 바랐던 트레이드는 성사되지 않았다. LG 또한 정상등극을 향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현장과 프런트가 ‘윈나우’ 전략을 두고 박자를 맞추지 못한 결과였다. 당시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주축 선수들의 연령을 고려해 어떻게든 우승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프런트는 과거 트레이드 실패 사례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있었다. 해외리그에서 수준급 외국인투수를 데려올 수 있는 역량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덧붙여 2013시즌을 시작으로 앞으로 1, 2년 동안 더 나은 시즌을 보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에 차 있었다.

차명석 단장, 올해는 신바람 야구바람이 다시 불기를[포토]
LG 차명석 단장이 26일 2019프로야구 LG트윈스와 SK와이번스의 시즌 첫 경기가 열리는 인천SK행복드림구장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03.25.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6년 전 주키치의 대체자를 구하지 못해 답답함을 삼켰던 차명석 투수코치는 현재 단장으로서 프런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리고 6년 전 아쉬움을 반복할 수 없다는 듯 트레이드 마감일을 3일 앞둔 지난 28일 마운드 보강을 위한 거래를 완성했다. 투수코치를 역임했던 2013시즌 선발투수로 전환시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신정락을 한화에 내주고 한화로부터 송은범을 받았다. 차 단장은 “정우영이 빠진 상태에서 문광은 혼자 필승조를 맡기 힘들 것 같았다. 송은범의 경험을 높게 보고 내부논의에 들어갔다”며 “트랙맨 데이터로 송은범의 작년과 올해 수치를 보니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투심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조금 줄었는데 잠실구장 효과와 최일언 코치의 지도로 좋아지지 않을까하는 믿음이 있었다”고 송은범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송은범은 오는 30일 잠실 키움전부터 LG에 합류해 필승조에 포함될 계획이다.

실제로 LG는 정우영이 어깨 염증으로 이탈하며 고우석이 최근 2경기 모두 8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4개 세이브를 올렸다. 전반기에도 고우석, 정우영, 진해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것을 고려하면 지원군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보다 고전하고 있는 송은범이지만 차 단장의 계산이 적중할 경우 수월하게 필승조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차 단장은 신정락을 향한 미안함과 응원메시지도 전달했다. 그는 “신정락은 내가 투수코치할 때 입대하려던 것을 1년 연기시키고 선발로 전향시켰던 선수다. 당시 선발로 성공도 했고 개인적으로 애착이 큰 선수이기도 하다”면서 “최근 한국 야구 트렌드가 팀에 자리 없는 선수를 조건 없이 트레이드하는 경우가 많다. 신정락은 최근 내부회의에서 전력외로 분류됐다. 하지만 우리가 안 쓴다고 선수 생명을 끊는 것보다 그 선수가 잘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신정락을 보내면서 우리가 원했던 송은범이라는 카드가 맞았다. 이 부분을 이번 트레이드의 핵심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차 단장은 추가 트레이드 가능성도 비췄다. 그는 “남은 기간에도 계속 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다. 상대 팀에서 반응이 없다면 못하겠지만 계속 전력 보강을 위해 움직이려 한다”면서 “현 상황에서 야수 트레이드 영입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선발이든 중간이든 마무리든 어디든 쓸 수 있는 투수 영입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 단장은 지난해 10월 부임 후 거의 모든 구단들과 꾸준히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처음에는 3루수 공백을 메우기 위한 트레이드에 집중했다가 김민성 영입 후에는 내야 센터라인과 마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마감일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추가 트레이드를 통한 두 번째 마운드 보강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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