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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이제는 최홍만을 내려 보내야 할 때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아레나홀에서 ‘AFC(엔젤스 파이팅 챔피언십) 12’ 무제한 입식 스페셜 매치 최홍만(39)과 다비드 미하일로프(24)의 경기가 열렸다. 최홍만은 경기 전날 계체에서 약속했던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승리하겠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1라운드 49초 만에 펀치에 의한 KO로 패했다.
지난 2016년 11월 실크로드 히어로 킥복싱 경기에서 최홍만은 키 177cm의 단신 저우진펑에게 판정패하며 팬들의 조롱을 샀다. 지난해 11월에는 스님 출신인 이룽에게 TKO패 해 아시아 전역에서 비웃음을 샀다. 또한 지난 5월 일본 마이하마에서 열린 ‘간류지마 세계무술왕결정전 2019 서막’에선 비매너 논란과 함께 가와무라 료에게 패, 치욕의 3연패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1패만 더 추가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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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한국 최고의 씨름꾼으로 천하장사의 타이틀을 차지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최홍만이었다. 예능으로 진출해서도 특유의 캐릭터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격투기에 입문한 이후 그의 격투기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216cm와 150kg의 육중한 체구에서 승리는 당연한 것이지만 패배는 늘 조롱거리였다. 상대인 미하일로프도 195cm와 110kg을 자랑했지만 최홍만에게는 어린이처럼 보일 정도로 왜소했다. 하지만 왜소(?)한 미하일로프가 최홍만을 갖고 놀 듯 KO시키자 팬들은 안타까움의 한숨소리만 내쉬어야 했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그를 내려 보내야 할 때다. 이미 전성기는 지나갔고, 나이는 40을 향하고 있다. 이날 미하일로프는 최홍만에게 작심한 듯 좌우연타, 훅, 어퍼컷, 니킥 등 모든 종류의 공격방식을 49초안에 쏟아 부었다. 그에게 최홍만은 샌드백에 불과했다.
씨름판을 평정한 후, 2004년에 격투기에 데뷔한 최홍만은 2005년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우승하며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미하일로프도 전날 계체에서 “어렸을 때 최홍만의 경기를 보고 자랐다. K-1의 전설과 경기를 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존경심을 표했을 정도였다. 밥샙, 세미 슐츠 등을 꺾으며 한국팬들에게 격투기의 매력을 알린 일등공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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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는 복싱 글러브가 아닌 오픈핑거 글러브를 사용했다. 한편에서는 일반인보다 주먹이 두배나 큰 최홍만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점은 미하일로프의 차지였다. 미하일로프는 거의 맨주먹이나 다름없는 펀치를 커버링이 허술한 최홍만에게 퍼부었다. 이날 최홍만은 얼굴에 정타를 세 번 맞았다. 맞을 때마다 휘청거렸고, 결국 세 번째는 케이지에 나동그라지며 일어서지 못했다.
레프리가 경기를 중단시켰지만 최홍만은 바로 일어서지 못했다. 닥터가 다가와 눈과 뼈의 상태를 보며 진찰했다.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지만 라커룸에 들어갈 때 까지도 보조 심판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팬들은 아무 소리 없이 안타까운 시선만 보낼 뿐이었다. 이제는 승리가 아닌 건강을 생각해야 될 때이다. 2008년에는 뇌종양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한때는 국민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사했던 최홍만이다. 더 이상 조롱거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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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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