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답변하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칸(프랑스)=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봉테일’ 봉준호 감독은 영화 공개 전부터 달랐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각) 제72회 칸 영화제에 참석한 현지의 한국 취재진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했다. 해당 메시지는 ‘기생충’의 보도자료 맨 앞장에 적혀있는 장문의 글이었다. 이 메시지는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될 취재진을 향한 그만의 섬세한 당부가 담겨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부탁드립니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요즘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찾던 영화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합니다”면서 “물론 ‘기생충’이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어느 고교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극장 로비의 관객들이 좌절과 분노로(?) 치를 떨었던 오래전 어느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고 전했다.

이어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말한 봉준호 감독은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강조헀다. 봉준호 감독의 이 메시지는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로 된 보도자료에 함께 담기며 세계 취재진들을 향한 당부를 알렸다.

인터넷은 물론 SNS까지 누군가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된 현재다. 이 중 영화와 관련된 중요한 ‘스포일러’가 만연하게 퍼진 가운데, 봉준호 감독의 메시지는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봉준호 감독의 특별한 당부가 있었기에 해당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는 적어도 칸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공개적으로 취재진을 통해서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봉준호
봉준호 감독이 한국 취재진에게 전한 보도자료 속 메시지. 사진 | 최진실기자 true@sportsseoul.com

봉준호 감독의 이 메시지는 ‘봉테일(봉준호와 디테일의 합성어)’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섬세한 그의 성격이 제대로 반증됐다. 칸 현지의 한 영화 관계자는 “어떤 측면으로 보면 취재진의 권한을 통제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봉준호 감독은 정중하면서 위트 있고, 감성적인 장문의 메시지를 통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잘 설득했다.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면이 보여지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봉테일’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그의 당부와 같이 베일에 쌓여 있다.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라는 설명과 출연 배우 외에는 공식 상영 전까지 공개된 바 없다.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호소가 담긴 가운데, 제72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기생충’의 모습에 대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기생충’은 21일 오후 10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하 봉준호 감독의 메시지 전문

부탁드립니다.

요즘의 관객들은 기대작 개봉을 기다릴 때, 평소 즐겨찾던 영화사이트도 멀리하고 사람 많은 극장 로비에서는 일부러 헤드셋을 쓰고 음악 볼륨을 높인다고 합니다.

물론 ‘기생충’이 오로지 반전에 매달리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어느 고교생이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다”라고 외치는 바람에 극장 로비의 관객들이 좌절과 분노로(?) 치를 떨었던, 오래전 어느 헐리웃 영화와는 분명히 다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크고 작은 고비들마다 관객들이 때론 숨죽이고, 때론 놀라며, 매 순간의 생생한 감정들과 함께 영화 속으로 빠져들기를, 만든 이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쓰실 때 그간 예고편 등을 통해 노출된 두 남매의 과외 알바 진입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최대한 감춰주신다면 저희 제작진에게 큰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부탁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화감독 봉준호

true@sportsseoul.com

사진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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