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인하03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가수 권인하(60)는 환갑을 맞이한 올해, 제2·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인 유튜브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권인하 채널’ 구독자수는 18만명. 국내 남자 솔로 보컬로는 거의 한두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4년 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절규하듯 부른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며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가요팬에게 재조명받았다. 이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닐로 ‘지나오다’, 엠씨더맥스 ‘넘쳐흘러’, 윤종신 ‘좋니’ 등의 커버 영상, 리메이크 영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권인하는 유튜브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활동 모델을 개척 중이다. 젊은층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다른 가수들과는 가는 길이 달라지고 있다. 1985년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작곡하며 데뷔한 35년차 뮤지션의 최근 행보는 걷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이라 여러모로 흥미진진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권인하의 창법은 얼핏 생각했을 때 힘이 들 거 같은 창법이다. 진성으로 고음을 시원하게 내지르지 않나. 힘이 넘칠 때는 모르겠는데, ‘천둥 호랑이 창법’이 60대 이후에도 가능한 창법인가.

착각이다. 파바로티는 죽을 때까지 목소리가 쩌렁쩌렁 했다. 나이 90이 넘은 토니 베넷이 시상식에서 노래하는 걸 보니 쫙쫙 뽑아내더라. 어떤 소리는 크게 내야 하지만 같은 음도 작게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같은 음을 다르게 부를 수 있고, 힘을 덜 들이고 부르는 방법이 있다.

나는 지금도 하루에 몇시간씩 노래를 부른다. 체화 시켜야 목이 안 쉬기 때문이다. 차에 타면 꼭 트는 CD에 총 16곡이 들어있는데 다 고음 위주다. 차에 타면 그 노래들을 따라부르다 내린다. 파바로티, 마이클 볼튼, 알 자로, 저니 등 교범 같은 노래들을 따라 부르며 박자, 바운스를 공부한다. 계속 나를 단련하고 만들어가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 수 있다. 나이 70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그게 내 꿈이다.

-가요 팬 사이에선 ‘김나박이’로 불리는 가수들이 있다.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를 꼽는데, 이 가수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김범수는 R&B 테크니션으로는 대한민국 최고다. 예전 내가 제작한 박효신의 공연에 김범수가 늘 게스트로 나왔기 때문에 가까이서 자주 봤었다. 20대 초반에 봤던 그의 창법은 정말 단단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자칫 체력, 연습량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주의가 필요하다. ‘하루’ 같은 곡이 다시 한번 나와야 할 시점인데 아직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다. 갈고 닦아서 진짜 화려한 걸 한번 들고 나오면 각광받지 않을까.

박효신은 신촌뮤직 시절 내가 발굴한 신인이었다. 당시엔 황소울음 같은 창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쳐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그냥 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며 스스로 진화하더라. 지금은 완벽한 소리를 낸다. 고음은 누구에게도 안 밀리는데 중음대도 풍부하다. 저음도 마찬가지다. 박효신은 내가 볼 때 연습을 엄청나게 하는 거 같다.

나얼은 다른 세명과 분위기, 색깔이 다르다. ‘김나박이’ 중 다른 세명은 연습으로 갈고 닦아 만들어질 수 있는 유형, 발전 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수라면 나얼은 뭔가 내면적인 요소가 강한 보컬이다. 정신적으로 뭔가 생각하고, 어떻게 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그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유형 같다. 다른 세명과는 맥락이 다른 보컬이다.

김범수가 R&B, 박효신이 발라드라면 이수는 록발라드다. 훌륭한 고음을 낸다. 연습을 안 하고는 절대 낼 수 없는 고음을 낸다. 정통파에 가까운 소리다. 반가성도 없고, 두성을 좀 쓰는데 좋은 소리를 낸다. 찌르는 듯한 고음이 마치 물결을 타듯 다이내믹하다. 그런데 노라조 이혁이 타고난 고음이라 반가성으로 끌어올린다면 이수는 연습량으로 만들어낸 소리다. 그래서 체력이 소진되고, 힘이 떨어지면 소리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다행히 체력이 좋은 거 같다.

-좋은 노래란 무엇인가.

좋은 호흡과 좋은 발성이다. 몸의 근육이 중요하고, 근육을 이용해 호흡을 어떻게 누르는지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좋은 소리를 내는 좋은 가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몸 근육이 늘 안정적인 상태여야 한다. 이게 무너지면 좋은 소리를 낼 수 없다.

-권인하가 새 앨범을 낸건 2014년 10월 정규 6집이 마지막이다.

우리 세대를 위한 신곡은 5~6월쯤 디지털 싱글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지리스닝 계열의 편안한 노래가 될 것이다.

젊은층, 유튜브 구독자층을 만족시킬 노래는 가을쯤 발표하려 한다. 요즘 오왠, 폴킴, 잔나비 등의 노래를 들어보면 부드럽고 독특하더라. 음악이 강렬하지 않고 잔잔한데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나.

-오는 3월 22∼24일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여는 공연 ‘포효2’는 어떤 의미인가.

유튜브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데 나에게 관심 가진 분들이 많이 올 거 같다. 일종의 보답하는 차원에서 여는 공연이다.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이 본 게 거짓이 아니고 진짜라는 걸 확인시켜드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we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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