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역대 최고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50)가 야구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했다. 리베라는 1939년 명예의 전당이 설립된 이후 최초로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메이저리그(ML) 사무국은 23일(한국시간) 지난해 12월 31일에 마감한 전미야구기자협회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개했고 리베라는 투표 인단 425명 전원으로부터 표를 받았다. 이로써 리베라는 오는 6월 22일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야구 명예의 전당 행사에 참가한다. 리베라 외에 로이 할러데이, 에드가 마르티네스, 마이크 무시나도 명예의 전당 입성 기준인 득표율 75% 이상을 기록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리베라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최초로 만장일치를 달성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들도 리베라에게 표를 던지면서도 100% 득표율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명예의 전당 투표에 임한 기자 반 이상이 투표 결과 발표에 앞서 자신의 투표 용지를 인증했고 모두가 리베라에게 표를 던지며 만장일치 가능성이 부쩍 상승했다. 이전까지 명예의 전당 최다 득표율을 달성했던 켄 그리피 주니어(득표율 99.3%)와 투수 최고 득표율을 올린 톰 시버(득표율 98.8%)를 리베라가 넘어섰다.
수상 경력과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해하기 힘든 결과일지도 모른다. 리베라는 빅리그 통산 19시즌 동안 단 한 번도 MVP나 사이영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13번 올스타에 선정됐고 5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으나 마무리투수기 때문에 MVP와 사이영상 투표에선 많은 표를 받지 못했다. 통산 WAR 56.3으로 이번에 함께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할러데이(65.5), 마르티네스(68.4), 무시나(82.9)보다 낮다.
하지만 기자들은 수상경력이나 세이버메트릭스 관점보다 리베라의 초지일관했던 태도에 높은 점수를 줬다. 리베라가 역대 최다 652세이브를 기록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준 완벽함이 가산점으로 작용했다. ESPN 버스터 올니 기자는 “리베라는 클럽하우스에 한결 같았다. 매너있게 인터뷰에 임하고 언제나 밝게 웃는 신사였다”면서도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선 결코 가벼운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상대 타자와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올스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마운드에서 리베라는 과도한 세리머니도 없었고 상대를 자극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
압도적이었던 포스트시즌 활약도 리베라의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리베라는 포스트시즌에서 96경기 141이닝을 소화했다. 포스트시즌 등판 횟수만 보면 2시즌을 더 뛴 것이나 마찬가지다. 덧붙여 포스트시즌서 단 두 개의 홈런만 허용했고 방어율 0.70의 철벽투를 펼쳤다. 양키스의 최근 다섯 차례 우승에서 리베라의 비중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실패도 있었다. 리베라는 2001년 애리조나와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루이스 곤잘레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리베라 커리어에서 유일한 포스트시즌 패전이었다. 올니 기자는 당시를 회상하며 “리베라가 곤잘레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고도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애리조나 선수들이 열광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는 상황에서도 리베라는 세이브를 달성했을 때와 똑같은 얼굴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 패배 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언제나 그랬듯 온화한 표정으로 성실하게 답했다”며 리베라의 강철 멘털을 강조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