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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초급 예보관 시절 가장 자신 있던 날씨예보가 기온이었다. 사흘은 기온이 뚝 떨어지고 나흘은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날씨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부른다.
“삼한사온이라 함은 무슨 말입니까? 겨울에 추위가 이어지지 않고 며칠 추웠다가 며칠 풀리기를 되풀이하는 현상을 속담에 삼한사온이라고 합니다.”
육당 최남선이 ‘조선의 상식’에서 기록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삼한사온은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날씨라는 뜻으로 날씨가 규칙적으로 변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와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삼한사온의 규칙성이 사라지고 아주 불규칙적인 날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올 1월초 한파가 내려올 때도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까지 추운 후 날씨가 풀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 ‘삼한사온’이 아닌 ‘십한이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옛날에도 이렇게 불규칙하게 삼한사온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冬春大抵少晴暄 동춘대저소청훤 / 겨울 봄 대개 맑고 온난한 날 적으니 / 不信三寒有四溫 불신삼한유사온 / 삼한사온이 있음을 믿지 못하겠구나“
강화학파(江華學派)의 일원이었던 저촌(樗村) 심육의 시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남한산성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절개의 삼학사로 불린 김상헌의 글에서도 “작년의 기후가 무척 추웠는데 삼한사온이란 이야기는 역시 믿기 어렵다.”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삼한사온이 사라졌다고 말하던 시기가 세계적으로도 추위가 맹위를 떨치면서 우리나라도 추위와 기근이 가장 심했던 시기와 일치한다. 기후변화가 극심했던 시기라는 것으로 최근의 기후변화로 인한 삼한사온 실종과도 비슷하다.
최근에 미세먼지가 말썽을 부리면서 삼한사온을 패러디한 삼한사미란 말을 언론에서 사용하고 있다.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로 나쁜 날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야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사흘 동안 추워서 일하기 어렵고 또 나흘은 미세먼지로 일하기 어렵다는 말이 돌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젠 좋은 날씨가 사라져 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겨울 미세먼지는 최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이야기는 삼한사미가 아니라 ‘삼한십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올겨울에는 미세먼지 마스크 꼭 준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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