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음식 논란 속 빛난 한국
위장 질환·메뉴 등 변수 터졌는데
급식지원센터, 태극전사 지켰다
세계가 부러워한 韓 시스템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메달은 빙판과 설원 위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그 힘은 ‘식탁’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는 ‘음식’이다. 선수촌 식당을 둘러싼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본은 “아시아 음식이 현저히 적다”고 했다. 독일 대표팀 일부는 식사 후 위장에 탈이 나면서 기권까지 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달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스스로 해답을 만들었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기간인 6일부터 22일까지 밀라노, 코르티나, 리비뇨 3개 지역에서 ‘급식지원센터’를 가동했다. 클러스터별로 급식센터를 운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이동 동선을 최소화하고, 경기 직전까지 따뜻한 한식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발열 도시락’이다. 혹한 환경에서도 온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안정적으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육류 반찬 비중도 대폭 늘렸다. ‘메달의 시작은 식탁’이라는 철학이 반영됐다.

준비는 치밀했다. 수개월 전부터 주요 식재료를 해상 운송으로 이탈리아에 보냈다. 현지 레스토랑을 개조해 급식센터를 꾸렸다. 약 22억원의 예산과 3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현장 관계자는 “올림픽 강국의 훈련 시스템을 우리가 배우는 경우는 많지만, 급식지원센터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라며 “이 부분만큼은 선진국이 우리를 배워야 한다”고 귀띔했다.
선수들 반응은 명확하다. 남자 피겨 차준환은 “대회 기간 힘든데 한식을 먹고 힘을 낸다”고 했고,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최가온 역시 “한식이 진짜 큰 힘”이라며 웃었다. 차가운 알프스 공기 속에서 따뜻한 국 한 그릇이 심리적 안정을 부른 셈이다.

선수 출신 수장의 ‘밥심 철학’도 현장에서 드러났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개막 직후 도시락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리비뇨 현장에서는 김나미 사무총장이 직접 담근 김치가 화제가 됐다.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올림픽은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열렸다. 선수단의 컨디션을 지킨 건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식 도시락이었다. 일부 국가가 식단 문제로 흔들릴 때, 한국은 준비된 시스템으로 흔들림을 차단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3·은4·동3’을 수확하며 종합 순위 13위를 기록했다. 스노보드에서 사상 첫 금메달이 터졌다. 메달 텃밭 쇼트트랙 ‘강국’의 저력도 입증했다.
금메달만 수확한 게 아니다. 선수 보호와 경기력 관리라는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또 하나의 ‘금빛 모델’을 제시했다. 메달 뒤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분명하다. 대한민국 ‘밥심’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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