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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구광모 LG그룹 회장(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용환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등 주요 대기업그룹의 총수가 상당수가 동행한다. 4대 그룹 수뇌부를 비롯한 특별수행단은 북한 경제담당 내각부총리를 만나 실무 현안 등 경제 협력 관련한 내용에 대해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행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총수로는 첫 방북이다. 그는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제공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참석하는 것으로 그의 평양 동행이 합당한가 문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의 동행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형평성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황창규 KT 회장 등은 지난해 6월 문 대통령의 방미 때 동행할 미국 경제사절단에 정경유착, 총수 배임횡령 혐의 등을 사유로 배제됐다. 이러한 근거로 이번 삼성그룹 총수 동행을 계기로 대법원 상고심 재판 결과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할 방북단 명단을 지난 16일 발표하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남북정상회담 수행단에 포함된 것에 대해 “재판은 재판이고 일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도 4대 그룹 총수가 함께했다. 정부는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평화가 곧 경제’가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이 점을 고려해) 가급적 많은 경제인과 경제단체를 포함하고자 했으며 4대 기업을 비롯해 재계를 대표해 일부 기업인들이 동행하고, 대북협력사업을 해온 기업들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큰 틀의 남북 경제 회복 차원에서 북한에 투자 협력 등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가전 등 전자사업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제 협력과 자금 투자 가능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과거 평양에서 T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가장 젊은 총수인 LG그룹 구광모 대표이사의 동행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때 그의 선친인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방북길에 나선 바 있다. 지난 6월 회장 취임 이후 첫 대외 행보로, LG유플러스의 통신 네트워크 사업과 LG상사를 중심으로 한 북한 광물 등 자원개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북한에서 위탁가공 형태로 TV를 생산한 이력이 있지만 전자분야보다는 다른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태원 SK회장은 지난 2007년에 이어 두번째 북한 방문이다. SK그룹은 에너지와 건설, 반도체 등에 강점이 있는 만큼 이와 관련한 인프라를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북한의 통신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현재 SK텔레콤은 남북협력기획팀을 신설해 준비 중으로,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등 SK 주식회사 C&C의 스마트에너지 기술과 연계해 향후 남북경협에서 적용할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대신 김용환 부회장이 방북단에 합류했다. 정 부회장은 회담 기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 자동차 고율관세 문제로 미국을 찾아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과 면담을 할 예정이며, 해당 일정을 정부도 사전에 알린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방북 후 대북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과 고속전철 등 철도 사업을 하는 현대로템 등을 중심으로 남북 경협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오영식 코레일 사장,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남북협력사업 관련 기업과 기관 대표 등도 방북 리스트에 포함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남북 경협은 구체화된 대북 사업 방안을 내놓는다기보단 직접 북한의 실무진과의 소통을 통해 화합하는 등 일종의 사전점검 성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경제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비핵화 등 진전되고 의미 있는 협상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주요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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