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녕=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 “다 같이 워터파크에 가서 놀고 싶다.”
2년 연속 우승기를 들어올린 여자축구 꿈나무들의 소망은 소박했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거친 플레이도 서슴치 않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들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
전남 광양중앙초가 25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26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이하 여왕기) 초등부 따오기그룹 결승전에서 경기 신하초등학교를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월 춘계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광양중앙초는 2년 연속 여왕기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며 초등부 강호다운 위용을 자랑했다. 지난 19일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1-2로 패배의 쓰라림을 안겨준 신하초를 상대로 설욕과 우승,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
대회 기간 광양중앙초 학생들은 유독 유쾌함이 컸던 팀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지나가면 자동으로 포즈를 취하거나 초등학생 답지 않은 입담으로 주변을 놀래킬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우승 후 그 유쾌함은 배가 됐다. 5학년 범예주는 “세계 최강의 팀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고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주장인 6학년 이하선은 “한 번 졌던 상대였는데 다시 이기니까 기분이 더 좋다. 복수전에 성공해 좋았다”고 설욕전에 의미를 뒀다. 더운 날씨에 잘 따라와준 동생들에게도 “잘 따라줘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자 주변에선 낯간지럽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6학년에게는 마지막 여왕기인 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춘계대회 때 주장을 맡았던 6학년 김윤서는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마지막 여왕기에서 우승하고 갈 수 있어 좋다. 내년에도 동생들이 또 우승해주면 좋겠다”고 기쁜 마음과 함께 동생들을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는 “다 같이 워터파크 가서 놀고 싶다”는 대답이 가장 먼저 들려왔다. 낮 한때 37도까지 올라가는 등 대회 내내 날씨가 더웠던 만큼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일이 아이들에겐 가장 큰 소망이었던 모양이다.
|
광양중앙초 공격의 핵심 지애는 지난 춘계대회에 이어 또 한 번 득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총 10골을 기록한 지애는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 손백기 감독님, 조유비 코치님께도 감사드리고 쌍둥이 지연이를 포함해 언니, 동생들 모두 고맙다. 앞으로 모든 대회에서 다 우승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애의 아버지는 현재 베트남에 파견 근무 중이라 아쉽게도 이번 대회를 직접 보러오지 못했다. 중계를 통해 이번 결승전을 봤다는 아버지에게도 고마움을 드러냈다. 표현에 쑥스러워하는 지애를 보며 어머니 이선경 씨는 “지애가 지난번에 편지를 보냈다. 나중에 국가대표가 돼서 유니폼을 가져다 주겠다더라”라며 흐뭇하게 웃었다.
손백기 감독은 더운 날씨에 수고한 아이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손 감독은 “이렇게 더운 날씨에 열심히 뛰어줘서 애들한테 고맙다. 저학년들도 너무 잘해줬다. 그 덕분에 2년 연속 우승기를 가져오게 됐다”라며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올라설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중학교에 진학하는 친구들은 잘 적응하길 바란다.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julym@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