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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넥센이 창단 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전 대표가 구속됐고 메인스폰서 지원금이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축 투수와 포수가 성폭행 의혹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고교 시절 폭행으로 징계를 받았던 안우진을 바로 1군으로 불렀다. 구단 자체징계가 풀렸다지만 시점이 너무 좋지 않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넥센의 방법이 잘못됐다. 프로야구단으로서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넥센은 올시즌 개막 전부터 시끄러웠다. 안우진이 휘문고 시절 후배 선수들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학생선수 신분일 때 저지른 과오에 대해 징계할 명분이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구단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정규시즌 50경기 출장정지와 같은 기간 퓨처스리그 출장 정지처분을 내렸다. 지난 2월에는 이장석 넥센 전 대표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직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는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가 최근 재개했다.
일련의 사태에 서건창, 박병호, 이정후, 김하성 등 주전들의 줄부상까지 겹쳤지만 넥센은 나름 선전하며 중위권을 지켰다. 그러나 지난 23일 마무리투수 조상우와 포수 박동원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에 신고됐다. KBO로부터도 활동 정지 조치를 당했다. 안우진의 학교 폭력, 전 대표의 법정 구속에 선수들의 성폭행 의혹까지 넥센은 도덕성에 있어 큰 타격을 받았다.
팬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넥센은 아랑곳하지 않고 안우진을 지난 주말 롯데와의 홈 3연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데뷔시켰다. 물론 구단 자체 징계를 마친 안우진의 1군 등록은 가능하고 조상우를 잃은 넥센 입장에선 안우진이 필요했을 것이다. 구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안우진이 1군에 연착륙하면 조상우의 공백을 지울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폭력으로 얼룩진 선수를 데려다 성폭행 의혹으로 이탈한 선수의 공백을 메우려는 꼴이다. 시점도 너무 좋지 않다. 조상우와 박동원의 사건 발생 이틀 뒤에 안우진이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이왕 벌어진 일이고 여론의 비난을 한꺼번에 맞고 넘어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안우진은 지난 25일 1군 데뷔 후 2경기에 등판해 4.2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KBO리그 모든 팀이 탐낼 정도로 ‘대형 신인’이었던 그는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안우진은 분명 한국야구의 미래다. 계속 기를 펴지 못하게 만들면 안 된다.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그를 섣부르게 불러올려 또다른 구설수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봉사 활동과 2군 등판 등을 거친 뒤 1군 그라운드를 밟도록 하는 등 좀 더 멀리 봤어야 했다.
안우진의 1군 등록은 선수단 관리 소홀에 책임있는 넥센의 결정이기에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넥센이 위기에 처한 것은 맞다.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까지 이탈해 자칫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넥센은 안우진을 즉시 전력으로 가동했다. 성적을 내기 위한 조치다. 성적이 좋아야 스폰서 계약 등에 유리한 태생적 한계 때문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안우진이 잠재력을 터뜨리고 팀 성적도 올라가면 비난 수위 역시 점차 낮아질 것이라 기대했을 수 있다.
올해초 안우진은 신인 오리엔테이션에서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잊고 감수하려고 한다. 앞으로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야구만 잘하면 과오는 잊혀진다는 비뚤어진 의식 탓에 호되게 회초리를 맞아야 했다. 성적으로 비난을 지우려는 지금 넥센의 행보는 당시 안우진의 철없던 발언과 무엇이 다른가.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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