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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스포츠서울 최민지기자]“다음 도전은 경륜입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 모태범(29)이 링크 위에서 마지막 질주를 펼쳤다. 그는 26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팅장에서 열린 ‘2018 초중고대실업 스피드스케이팅 대회’ 매스스타트 직전 등장해 은퇴 활주를 했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절친한 후배 김준호와 트랙 한 바퀴를 함께 도는 레이스를 마친 그는 은퇴식을 찾아준 팬과 지도자, 심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김상항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그에게 기념패를 전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모태범은 19년 넘게 달렸던 링크와 작별하지만 도전을 마친 것은 아니다. 그는 은퇴식 직후 “아마추어 사이클이 아니라 경륜 선수로서 도전을 준비 중이다. 스케이트가 싫어서 그만두는 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며 “경륜 후보생으로 1년간 훈련을 거친 뒤 테스트를 통과해야 프로 경륜 선수로 뛸 수 있다. 테스트를 통과하는 게 목표”라고 선언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에게 사이클은 익숙하다. 실내 훈련으로 사이클을 타는 것은 기본, 훈련장을 오갈 때도 사이클을 타곤 한다. 빙속 최강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모태범 역시 “어렸을 때부터 사이클 훈련을 많이 해 왔다. 경륜 자체가 단거리여서 (로드레이스 같은)장거리 사이클보다는 가능성이 좀 더 있다. 그런 점에서 새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고 경륜 선택 이유를 밝혔다.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모태범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한 지도자 중 경륜에 도전한 분들이 꽤 있다. 최재봉 코치님도 경륜 선수로 뛰다가 돌아오셨다. 옆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 훈련으로 타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고는 하더라. 단거리 종목이다 보니 순발력, 순간적인 파워, 지구력 이 세 가지만 갖추면 잘 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고 했다.
늘 유쾌한 모습으로 팬과 선·후배들의 애정을 받았던 모태범의 은퇴식은 외롭지 않았다. 은퇴식 현장엔 그의 꽃길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줄지어 있었다. 모두에게 ‘생각보다 괜찮은 놈’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모태범은 그렇게 많은 이들 응원 속에 마지막이 아닌 인생 제2막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july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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